의료계, 분명 메스가 필요한 시기

2008.01.01 14:01:01

최근 MBC드라마 ‘뉴하트’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뉴하트’는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위급한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의 활약과 애환, 사랑이야기를 담은 메디컬드라마이지만 근래의 의료계 현실은 정반대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의사정신보다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돈이 되는 의료업종에 지원이 쏠리는 현상이 대세인 것. 이에 본지는 김철수 대한병원협회(현 신림동 양지병원장)회장을 만나 의료계의 현실과 애환, 그리고 그들 스스로에게 내려야 할 의료계처방전은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최근 문제가 거듭 제기된 ‘선택진료제’의 현황과 향후 보완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선택진료제도란 환자 또는 보호자가 특정의사를 선택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선택 의사의 진료시에는 건강보험 수가의 일정범위내에서 추가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의 취지는 특정의사를 선택하여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치료 시작부터 끝까지 선택 의사가 해당환자를 전담함으로써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제고와 진료의 일관성 유지로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선택진료제 운영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환자가 추가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일반의사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과 환자가 선택하지도 않은 진료지원과에 대한 추가비용부담으로 알고 있다. 이에 위해 본회는 모든 과에서 일반진료가 가능토록 자체 개선중이며, 진료지원과 의사는 주진료과 의사에게 위임토록 제도 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귀회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다 했었는데, 이의 배경과 의도는 무엇인지?
의료분쟁조정법안의 제정 목적은 치료 중 불가항력적의 환자 사망 등으로 인한 의료분쟁 발생 시 환자 가족이나 제3자를 동원하여 의료인 또는 병원직원에 대한 폭행, 협박, 진료방해 및 기물 파손 등 의료기관 내에서의 난동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의료인이 안정된 진료환경 속에서 환자 진료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전격 통과시켰던 법안은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안 명칭에서부터 의료분쟁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무조건 잘못이라는 개념이 내포됐을 뿐 아니라, 의료계ㆍ정부ㆍ소비자단체 3자간에 전혀 합의가 안됐던 쟁점사항들을 반영한 법안으로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유가 되었다. 병원계의 반대내용을 보면 의료사고 발생시 그에 대한 책임 입증을 환자가 아닌 의사가 무과실임을 입증토록 하는 ‘입증 책임의 전환’과, 의료분쟁 발생시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두 가지이다. 의료분쟁 발생시 의사의 책임이 전부라 하면 의사들의 소극진료 또는 방어진료를 할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사가 책임을 떠맡을 경우 의료사고 다빈도 진료과목인 외과 및 산부인과 등 이들 과에 대한 전공의 지원 기피를 더욱 부추겨 국가의 의료체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 과오를 판정함에 있어서도 의사는 다소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급박한 치료에 임하지 않을 수 없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인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신의 의료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책임보험 등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해서 경과실에 대한 형법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특례 범위 확대’와, 불가항력 및 난해한 원인의 의료사고에 의한 피해를 국가차원에서 구제하는 ‘무과실의료사고 보상기금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의료기관 내에서의 난동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진료방해 금지 규정’ 등이 추가로 반영되어야 한다.
최근 복지부가 병원보험수가를 조정하자 귀회가 병원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의 배경과 현실은 어떤 것인지?
올해 11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병협 대표자가 퇴장한 가운데 내년 병원수가가 62.2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겨우 1.5% 인상이다. 근래에 병원기관수와 요양급여비용은 증가했으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낮은 수가로 인해 오히려 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2001년 이후 수가는 물가 인상율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으로 병원은 의료수익의 손실을 의료외수익 또는 비급여로 보전하여 경영수지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번 결정된 수가인상율(1.5%)은 소비자 물가인상율(2.5%)은 물론 보건의료 임금인상율 (5.6%, 2007년 8월협약, 노동부)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올 7월 주40시간근무제가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인건비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며 의료기관 평가 등 의료의 질 향상 요인 및 시설, 인력, 강화등 규제에 따른 추가투입비용 발생함에도 이러한 의료환경 변화에 대한 반영없이 수가를 결정하는 것은 의료 왜곡을 심화시키고 의료의 질 저하는 물론 의료산업 기반 붕괴까지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적정 의료공급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불합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 수가결정방식과 수가결정기구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보험재정의 안정화를 고려한 수가결정이 최소한의 물가인상율을 반영한 적정한 수가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반외과와 산부인과 등 의료사고 다빈도과목 지원기피현상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귀회의 우려와 대안은 무엇인지?
개업이 유리하고 비보험적용 의료서비스가 많으며 근무여건이 좋은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의 전문과목은 전공의 지원자 및 병원확보율이 높으나, 진료 및 업무강도가 크지만 기대수입과 의료사고 위험부담이 높은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은 지원자 및 확보율이 감소되는 추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전공의 노조 설립 등 수련환경 개선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나, 수련병원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 수련교육 소요비용 전액을 수련병원에서 부담하기 때문이다. 대책으로는 지원 기피로 전문의 수급에 차질이 있는 9개 과 전공의 수련보조수당(현재 국공립병원에 한하여 지급)을 응급의학과와 같이 민간병원 전공의에게까지 확대 지급해야 한다. 또한 낮은 의료수가 체계에서 수련병원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전공의 수련 교육비용의 재정지원 확대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전공의 교육수련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외국사례와 같이, 우리도 국가 재정으로 전공의 교육수련비용 확대가 필요한 만큼 레지던트 수급 불균형을 시장원리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료수가의 현실화, 의료자원의 공평한 배분 조정, 기피과목 의사들에 대한 경제적 실리에 대해 분명한 반대급부가 합리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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