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와 웰던

2008.01.24 18:01:01

IMF 직후에 조지 소로스는 국빈대접을 받았다. 그가 월가의 큰 손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당선인의 사저까지 초대돼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한국을 구할 ‘구세주’로 선전되었다.
그 때만큼의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지만, 한국정부의 공식 조직에 대표로 활동하는 외국인이 데이비드 웰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회장이다. 인수위는 법적 근거를 갖는 정부기구인데, 외국적의 사람이 어떻게 경쟁력 강화특위의 공동위원장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또 그가 한국에 와서 두바이 성공사례를 전파하는 역할만 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다방면의 활동을 할 것으로 관측하는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그가 한국 금융시장의 문제는 ‘중복규제가 문제’라는 진단을 내놨다. 재경부, 금융감독위, 공정위 등 복잡한 규제가 금융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논리다. 그가 성공적인 사례로 든 것은 두바이의 국제금융센터다. 두바이금융센터는 별도 법을 만들어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세웠다. 두바이에는 세금이 전혀 없고 100% 외국인 소유와 전액과실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진출해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소로스도 국제투기꾼의 본색을 감춘 채 소로스재단을 통한 동구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내세우면서 한국금융시장의 규제철폐를 강조하며 ‘돈 되는 것을 팔아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증권사도 인수했고, 펀드를 통해 다양한 투자로 펀드 사상 최고의 수익률을 한국시장에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투기꾼답게 억만금을 손에 쥔 뒤 증권사를 팔고 빠져나갔다. 당시 한국에 들어왔던 외자의 90% 이상이 투기자금이었다. 16조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제일은행을 전주(錢主)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펀드에 5천억원에 판 미스터리는 국제적인 화제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만도를 인수한 외국자본은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발표하고, 3조원이 넘는 채무를 탕감받았지만, 그들이 실제 투자한 자금은 1,800억 원에 지나지 않았고, 인수자금을 대부분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빌려 사용했다.
조지 소로스는 한국외환위기를 조성한 장본인의 한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도층이 ‘구세주’처럼 모셨으니 정말 낯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경제를 파산 위기에 몰아넣고 이를 무기로 알토란같은 기업들을 헐값에 가져간 국제투기꾼과 이들과 공모한 IMF 관계자, 미-일의 금융당국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나팔수가 되어 무조건 외자유치를 외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초긴축고금리정책을 강요한 IMF 논리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었던 한국의 언론과 이코노미스트의 파렴치한 행적은 한 번도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다.
물론 소로스와 웰던은 다른 사람이다. 또 한국의 현재상황은 IMF 때와 같지 않다. 그러나 외국인이 일관되게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한국인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한국의 경제를 어떤 방법으로 흔들어 이문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인의 민족주의를 우려해 금모으기 운동을 중지시켰고, 주체성을 폐쇄성으로 공격해왔다. 두바이는 인구 260만 명에 지나지 않는 아랍의 토후국이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두바이를 꿈의 도시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73년 이후 팽창해온 오일자금과 이를 흡수하려는 런던과 뉴욕의 국제금융자본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오일머니로 넘쳐나는 아랍과 러시아 신흥부자들을 겨냥해 세계 최고의 소비천국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두바이는 일약 세계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웰든은 바로 이 검은 돈, 흰 돈을 가리지 않는 두바이 금융센터의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의 주변에는 오일머니도 없고, 사회적 정치적 환경도 다르다. 그가 오로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국제금융자본이다. 사실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은 한국진출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해 30%가 넘는 이익을 올린 금융노다지 시장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 국제금융자본의 놀이터로 만들어준다면, 두바이와 다르게 그 먹이감은 오일머니가 아니라 한국인이고, 한국의 국부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에서 시급한 일은 외국자금이 아니다. 600조 원에 달하는 국내의 부동자금을 어떻게 사업에 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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