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를 위해 ‘자유’는 희생돼도 좋을까?

2017.02.07 13:54:32

미국의 불법 사이버 감시 행위를 고발한 내부폭로자의 실화 ‘스노든’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테러방지를 위한 미명 아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수집을 감행하는 국가의 불법 사이버 감시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의 실화를 그렸다. 영화는 첩보전을 방불케 한 8일간의 기록 사이에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노든의 삶을 조망한다.


돈과 사회통제, 정보수집의 실체


CIA와 NSA의 정보 분석원인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은 정부가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 국가 기밀문서를 모아 홍콩으로 건너간 스노든은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와 이완 맥어스킬, 그리고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라스를 만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폭로를 준비한다.


스노든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에 자원입대할 정도로 전통적 국가관을 가진 인물이었다. ‘극비사항을 다루는 게 멋져 보여서’ CIA에 지원하긴 했지만, 그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생각했으며, 대통령의 잘못에도 군통수권자에 대한 비판을 꺼려하는 청년이었다. 이런 그가 ‘무엇 때문에 고발자가 됐던 걸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적 재미다. 스노든의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은 이 사건을 다룬 기존 다큐와 차별되는 점이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국가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던진다.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세계를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는 미국 정보기관의 힘과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 정보요원은 전 세계 모든 개인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 개인은 이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정보의 유출로 삶을 조종 받는다. 테러리스트 용의자나 반국가적인 인물도 아닌, 전혀 상관없는 10대의 삶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아닌, 오스트리아나 독일 일본 등의 테러와 먼 우방국에 대해서도 ‘수틀리면’ 그들 국가를 파괴할 준비를 갖춰놓은 게 미국이다.


개인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보호는커녕, 이용되는 존재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는 구실을 앞세워, 미국의 패권과 방위산업의 안영을 위한 것이 실상이다. 돈과 사회통제, 이것이 정보수집의 진짜 이유인 것이다. 미국은 각종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렇게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왔다.


국가관에 대한 질문


하지만 이것이 결국 미국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의 폭로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면? 내부고발자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실제 미국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스노든의 폭로는 NSA 통화 기록 프로그램을 제어하기 위한 법안을 제시하는 등 정보 수집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그가 여전히 모스크바에 망명 중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화에서 CIA의 교관인 콜빈 오브라이언은 “미국인들은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 보호를 원한다”며 정보수집은 전쟁과 테러를 억제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안전을 위해 기꺼이 자유를 희생한 거래를 했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에게 이런 거래를 선택할 기회는 없었지만, 이 말이 옳을 수도 있다. 스노든은 스스로도 미국의 정보수집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같은 정보수집이 결국은 미국인들에게 겨눠진 총임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고작 정보요원의 승진을 위해 개인의 정보가 수집되고, 그 수집된 정보가 가정의 파괴와 무고한 개인의 목숨의 위협까지 불러오기도 하는 에피소드 등은 비도덕적 인물에게 이 정보가 이용된다면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보수집 자체가 비밀이기 때문에, 그 사용은 개인적으로 남용되고 비도덕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너무나 크다.


‘플래툰’과 ‘7월4일생’으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거장 올리버 스톤은 전작에서처럼 보편적 인권에 대한 호소를 대중적 어법으로 전달한다. 지나치는 대사 하나하나와 미술 소품에도 상징적 메시지를 심는 올리버 스톤식 연출은 여전하다. 미국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가득 담겨있는데, 이는 우리사회에도 똑같이 유효한 이야기들이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500일의 썸머’ 등의 조셉 고든 레빗은 실존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보여준다.


뮌헨에서부터 워싱턴 하와이 홍콩 모스크바 등 실제 스노든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은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완성시켰다. 또한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CIA와 NSA의 리얼한 표현 또한 시각적 즐거움과 몰입에 플러스가 된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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