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한국의 먹거리인가?

2008.03.23 17:03:03

한 민간연구소가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바이오를 첫 번째로 들었다. 줄기세포와 바이오칩 등의 연구수준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분야에서 일부의 성과가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동력산업이라고 이름 붙인 이 분야는 그야말로 선진각국이 전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의 독무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우리의 먹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줄기세포의 경우, 한국이 황우석 사태 이후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다른 나라들의 연구가 진척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바이오산업이 한국의 먹거리가 된다는 것은 바이오산업의 기초연구가 탄탄해지고, 그 성과물이 질병치료에 이용되어 세계의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나 한의대, 약대 등에 들어오고 있지만 상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있을 뿐 어렵고 힘든 기초연구에 관심이 적고, 연구인력의 수나 질적인 수준이 떨어진다. 현재 한국의 의료시장 규모는 10위권에 있는 한 개의 다국적 제약사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조건을 냉철하게 인식한다면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된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근에 개량신약이 몇 개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차세대 한국의 먹거리 운운하는 것은 분명 우물안의 개구리식의 인식이다.
그런데 바이오산업은 우리 한국인과 한국의 조건에서 볼 때 딱 맞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외국제약사의 CEO들을 만나보면 한국인 연구진들의 우수성을 예외 없이 칭찬한다. 공치사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천연자원이 없어도 우수한 연구진과 자본만 있으면 가능한 산업이므로 한국의 전략산업으로 적격이다. 전략과 실천이 과학적이라면 얼마든지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바이오산업이 우리를 먹여살릴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첫째, 기초연구에 필수적인 분자조합이나 천연물성분분석, 데이터에 관한 국가차원의 통합관리가 긴요하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생동성시험 분석자료조차 정리되고 있지 못하고, 정부기관의 데이타조차 공유되고 있지 않다. 또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대 학원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벤처자금이 바이오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신약후보물질단계에서 외국에 판매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임상시험 과정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장관재직시절 7조9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한 적도 있었다.
셋째, 연구풍토의 쇄신과 합리적인 투입계획이 없으면 정부재정투입은 국민혈세의 낭비로 끝난다. 황우석 사태나 최근 카이스트와 생동성 시험조작 같은 사건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정부자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생각과 연구진 사이의 나눠먹기 관행, 연구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책임지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고서는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넷째, 연구자와 바이오산업책임자들의 철저한 사명감과 인간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책임감이 뚜렷해야 후발주자인 한국바이오산업은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로비와 마케팅 중심의 한국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이런 기초적인 여건을 만들어가야 비로소 한국바이오산업은 국민의 희망에 다가갈 수 있다. 한국의 암젠이 희망의 지평선에 떠오른다면 한국의 바이오는 국민을 먹여 살리고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너끈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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