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의 열매는 ‘대기업’

2008.05.06 13:05:05

MB정부의 경제정책들이 하나하나 구체화되면서 경기회복의 청사진이 드러나고 있다.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와 수도권규제 완화, 감세와 재정지출확대, 환율하락을 통한 수출 지속, FTA 등을 통한 외자유치 등이다. 대기업들과 외자가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주고 수출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감세와 정부의 지출을 늘려 내수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안 가운데 규제완화를 빼면 재정금융정책에서 새로운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
그러면 MB정부의 희망대로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공장을, 일자리를 늘려줄까? 체면상 규제 때문에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해왔던 대기업들이 완전히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들이 출총제와 금산분리정책에 대해 목청을 높여왔던 속내는, IMF 이후 국민세금으로 살려놓은 부실대기업을 인수하여 기업규모를 늘리려는 데 있었다. 올해 매각 예정돼있는 기업을 하나라도 잡을 경우 재계순위가 달라지게 돼있기 때문에 인수전에 너도나도 달려들겠다는 것이다. MB정부는 친절하게도 아무 조건 없이 이들의 족쇄를 다 풀어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지만 기업간 M&A는 공장을 짓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도 아니다. 주인만 바뀔 뿐이다. 외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외자의 90%가 투기자본이었고, 소로스를 비롯한 한국경제의 ‘구세주’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먹히고 말았다. 산업은행, 한전 등 MB정부가 민영화리스트에 올려놓은 기업들에 이들이 다시 탐욕의 눈을 번뜩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10년의 경험을 통해서 그들의 본색을 한국인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책은 어떤가. 2008년의 현실에서 내수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부유층의 소득이 적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도 내수를 진작시킨다며 국가빚을 대폭 늘려서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오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4~5%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돈을 풀었으니 당연히 성장수치가 올라갔던 것이다. 반면에 국민들은 여전히 민생고에 시달리고, 내수는 더 죽어갔다. 하긴 매년 30조의 토지보상금을 풀고, 금융권이 단기외화차입을 수십조씩 끌어들여 돈놀이하거나 나라빚까지 내서 연평균 100조 가량을 인위적으로 추가지출했으니 4~5%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지금도 ‘우리 때는 4~5% 성장을 했다’는 자랑을 하고 다니는데, 참 뻔뻔스러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MB정부의 경기회복 청사진은 약효가 조금 있겠지만, 성장률 수치관리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경제는 수출이나 대기업이 잘 안되어서 국민들이 아우성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출은 여전히 15% 이상 성장하고 있고, 대기업들은 수십조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려왔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매일 문을 닫고 중산층 서민들의 소득이 갈수록 줄어들어 내수가 돌아갈 기력을 상실한 데 있다. 정부가 돈을 풀면 백화점 매출은 늘어나고 서비스 소비가 증가하지만, 그것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수출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지, 재래시장이나 중소기업에 일하는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MB정부는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일까? 정부는 서민을 위한 규제완화라고 말하지만, 그 열매의 주인은 대기업이다.
제발 정부가 중소기업을 옥죄는 어음과 하도급제의 단계적 폐지, 부품소재분야에 대한 획기적 접근, 저신용자들의 신용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신용기관을 만들고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을 서민금융센타로 발전시키면서 5대(기름값, 휴대폰비, 카드수수료, 약값, 은행금리) 거품을 빼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구조적인 접근이 없는 한, 경기부양 청사진은 당신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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