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읽고 따라라

2008.05.23 15:05:05

‘광우병’ 에 대한 민심의 분노는 2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첫째는 ‘MB정부 대 민심’이다. 쇠고기협상에서 밝히지 않은 진실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민심의 분노가 대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20%대로 끌어내렸다. 둘째는 조, 중, 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과 민심이 대립하면서 ‘보수언론 대 소수언론’으로 양상이 확대되고 민심은 오히려 더 험악해지고 있다.
분명, 작금의 상황은 MB정부가 출범 2개월만에 맞는 최대 위기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MB정부는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국면이라고 하는 까닭은 첫째, MB정부의 패러다임이 영어몰입교육, 쇠고기 협상 등에서 보여지듯 ‘미국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불신이 확대되고, 이에 정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남지 않은 부시정권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느냐는 의문이 국민들에게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미동맹 강화를 구실로 내걸지만, 한미동맹 강화는 방식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또한 지난 노무현 정부의 설거지를 했을 뿐이라는 구구한 변명은 오히려 권력에 대한 불신감을 확대시켰다. 단순히 ‘강부자(강남의 땅부자)정부’가 아니라 이중국적 허용 등 나라를 이끌 지도층으로서의 자세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깊게 만들었다.
둘째,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 책무이다. 그런데 이를 무책임하게 내던짐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미봉책이나 미국축산업자들의 논리인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광고를 국민의 세금으로 하고 있는 현실에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누구의 정부인가. 0.05% 조사밖에 진행되지 않는 미국 내의 검역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얘기를 받아들일 리 없다. 10대들의 분노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괴담’과 ‘좌파에 선동된 철부지들의 행동’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원칙으로 선회하지 않는한, 신뢰회복은 쉽지 않다.
작금의 상황이 이러한데도 MB정부는 민심을 살펴 뜻을 받들 생각은 하지 않고, 보수우파의 결집을 위해 박근혜와의 화해, 촛불집회 주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학생참가단속 같은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다.
우선, MB정부는 안이한 상황인식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보수언론은 ‘소수언론’과의 여론전에서 그 권위가 추락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광우병 우려에 대한 보도를 끊임없이 제기했던 자신들의 전력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익과 국민의 건강을 외면하는 보수우익은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보수우파를 결집시킨다는 낡은 이념대립구도로는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 따라서 MB정부의 민심수습책은 한미 양국간의 신뢰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과의 신뢰회복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한미 양국간의 신뢰 때문에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따라서 15일자로 예정된 정부고시를 연기해서 여론수렴의 시간을 만들고, 미국정부에 수입조건에 관한 협상을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MB정부의 인적 구성과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국민불신이 계속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여권 핵심부 내에서는 서울시장 초에도 위기가 왔지만, 청계천 사업 성공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실적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는 자기보신책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은 서 있는 위치와 역할이 다르다. 1% 정부와 미국화패러다임 이상의 그 무엇도 제시하지 못하는 집권층 분위기로는 국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일 뿐이다. 차제에 지도부를 일신해 당면한 난제들을 힘 있게 해결해나가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민심을 제대로 읽고 따를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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