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타고 토지에 잠들다

2008.05.23 15:05:05

문화계의 큰별 박경리 선생이 지난 5일 타계했다.
선생의 추모제와 안장식이 9일 오전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13만 고향 시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엄숙히 치러졌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던 선생은 토지로 돌아갔지만,
선생에 대한 추억은 강렬했다.
사이버 문학관 봇물… 판매량 크게 늘어
인터넷 공간에서는 추모의 글이 끊이질 않고, 서점가에서는 박경리 신드롬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각종 서점에서는 박경리의 책을 따로 모은 공간을 마련했고, 인터넷을 통해 문학관을 신설해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선생 타계 직후 ‘토지’ ‘김약국의 딸들’ 등 고인의 대표작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크게 늘면서 판매량이 평소보다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1969년 시작해 94년까지 26년간 5부로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전 21권)는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3~5질 정도 팔렸으나 고인의 타계소식이 전해진 후 하루에 60질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62년 발표한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하루 평균 5권 정도 팔렸으나 현재는 매일 70권 정도 판매되고 있는 상황. 생태와 환경에 관한 칼럼과 에세이를 엮은 ‘생명의 아픔’도 하루 1~2권 팔리던 게 크게 늘어 10권 가까이 팔리고 있어 고인에 대한 추억의 집단 심리를 엿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족적
1926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선생은 1946년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중 교사를 지내기도 했다. 1955년 단편 ‘계산’ 등이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등단한 이후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파시’ ‘시장과 전장’ 등 주옥같은 장편을 발표했다.
선생의 대표작이자 문학계의 큰 획을 그은 대하소설 ‘토지’는 1969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해 1972년 9월까지 1부가 완결됐다. 같은 해 10월부터 1975년 10월까지 ‘문학사상’에 2부가 개재됐으며, 1978년부터 ‘주부생활’에 3부가 연재됐다. 4부는 1983년부터 ‘정경문화’와 ‘월간경향’에 각각 연재됐다. 완결판인 5부는 1992년부터 ‘문화일보’에 연재를 시작했다. 1994년 8월15일 ‘토지’의 전작이 완결됐다.
1996년 호암상 예술상 수상 및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기념메달’을 받았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1999년부터 연세대 석좌교수로 있으며 1999년 강원도 원주시에 토지문화관을 개관했다. 2003년 ‘토지’를 잇는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 가자’ 연재를 시작했으나 3회를 끝으로 중단했다. 2007년 산문집 ‘거울을 위한 망상’을 발간했고 2008년 ‘어머니’ 등 신작시 3편 ‘현대문학’에 발표했다.
25년에 걸쳐 원고지 4만장 분량으로 탈고된 ‘토지’에 대해 평단은 한국문학의 일대 사건으로 평했다. 동학혁명에서 해방까지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며 한반도, 중국, 일본 동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삼아 펼쳐진 ‘토지’는 작가의 상상력의 결정체다. ‘토지’는 특히 한민족의 방대한 역사를 생생히 담으며 통찰력 넘치는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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