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대통령 주변 권력 사유화"

2008.06.09 16:06:06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사태 등으로 인해 좌초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7일"이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하고 나서 정치권에 파란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보수의 자기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특히 언론으로부터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류의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것을 한마디로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로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참여한 저로서는 이런 질문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참으로 곤혹스러운 심정이 아닐 수 없다"면서 "사실 이 얘기는 많은 국민들은 모르지만 한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저는 이 어두운 얘기가 빨리 공개되어서 바로 잡아지는 것이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두려운 마음으로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대다수 국민의 환호 속에서 시작한 보수정부가 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일은 권력의 사유화가 아니라 보수의 자기혁신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두가 알다시피 보수가 승리한 것은 자신의 훌륭함 때문이기보다는 좌파세력 실패의 반사이익에 기인한 바가 컸다"며 "그러기에 우리는 이 땅의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담금질부터 시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같이 지적한 뒤 "그러나 우리는 오백만표의 승리에 취해 이내 교만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제부터 보수의 자기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 많은 지적과 충고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장발표를 서두에 "이날 오전 조선일보 주말 판에 실린 자신의 인터뷰는 당초 게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뤄졌지만 기사화돼 심히 유감스럽다"면서도 "그 기사 내용을 부인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고, 차제에 작금의 시국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정부 출범의 핵심 인사인 정 의원이 이처럼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을 지목해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쇠고기 파동에 따른 청와대 내각의 인적쇄신론과 문책론, 정무라인 교체론과 맞물려 여권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이같은 입장발표에 앞서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A수석과 B, C 비서관, D 국회의원을 "국정난맥상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A수석을 예로 들면서 "민비(명성황후)와 같은 존재다. 흥선대원군이 세도정치를 없애겠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앉혀놓은 인물인데 나중에 대원군을 쫓아내고 또 다른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제가 추천한 인물은 절대 등용하지 않았다. 2인자라는 말 누구에게 힘이 실린다는 말을 대통령은 기업에 있을 때부터 굉장히 싫어했다. 그래서 A씨를 쓴건데 욕심 없는 줄 알았던 A씨가 2인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B비서관에 대해서도 "A수석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 B씨다.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보면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 이광재씨가 있었는데 B비서관은 이들을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며 "그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데 명수다.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런 분야에서는 정말 엑설런트하다.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한 것이고 누가 대통령이 진짜 그렇게 말했나 확인할 수 있겠느냐.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C비서관이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B비서관을 천거한 것이 자신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바보짓 한 것이다. B비서관은 저만 없어지면 자기 세상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D의원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정 의원의 주장이 제기되자 여권에서는 당장 여권 내 권력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의표명이 점쳐지고 있는 와중에 정 의원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사실상 인적쇄신의 핵심대상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
당장 정 의원이 지목한 인물이 청와대 누구누구다, 의원 누구라는 이야기가 여권 내에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고 그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제부터 보수의 자기 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것은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일부 권력핵심 인사들을 꼬집고 나선데 대해 여권 안팎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결국 대통령에게 하는 소리 아니겠느냐는 시각을 내비쳤고, 일부는 정 의원이 지목한 것으로 관측되는 청와대 비서진을 겨냥 󰡒총리의 역할을 제한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김부삼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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