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 "플랫폼 노동자 44% "부당 계약에도 참아"

2021.03.28 06:55:17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배달기사처럼 스마트폰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 절반 가까이가 불공정 계약이나 보수 미지급 등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넘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을 노동법 밖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8일 발간한 '디지털 플랫폼 노동 실태와 특징'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0~11월 서울지역 플랫폼 노동자 7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넓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179만명이다. 이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7.6%를 차지하는 것이다.

배달기사와 같이 업무 배정 등도 플랫폼으로 하는 좁은 의미의 종사자는 약 22만명으로, 취업자의 0.9%에 해당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이유(복수 응답)는 '시간 유연성'(28.2%)과 '일거리를 구하기 쉬어서'(23.8%)가 다수를 차지했다.

향후 본인의 일자리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지속 가능'이 84.5%로 대부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직 의향도 18.2%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만족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100점 만점에 자율성 및 권한(60.3점), 작업 시간(59점), 소득 및 보수(56점), 적성 및 일의 흥미(56점) 등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다.

그러나 직업 안정성(49점) 등에서는 만족도가 낮았다. 부당한 대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계약 체결 방식을 보면 근로계약서 작성 등 서면계약 체결은 28.2%에 불과했다. 34.9%는 약관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고, 그마저도 21.6%는 별도의 계약 체결이 없었다.

특히 ▲작업 내용의 부당한 변경 20.1% ▲부당한 작업 지속 요구 17.7% ▲계약 조항 이외 작업 요구 16.9% ▲계약된 보수 지급 지연 14.7% 순으로 부당 대우 형태가 높았다.

 

호출에 무응답 시 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다는 응답도 45.5%나 됐다. 고객으로부터 폭언(14.6%), 괴롭힘(6.6%), 성희롱(3.9%), 폭행(3.1%) 등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당 대우 발생 시 '그냥 참고 넘김' 응답은 절반 가량인 43.9%로 집계됐다. 일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업체(29.9%)나 노동단체(10.6%), 공적기관(10.4%) 등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응답도 미미했다. 플랫폼 업체에 자체 분쟁조정 절차가 있다는 비율 역시 13.9%로 매우 적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말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노동법상 근로자인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서는 노동법을 통한 보호가 우선임을 명확히 하고,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도 표준계약서 작성 등 기본적인 노무제공 여건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안을 제정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노동법 적용 의지가 약하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최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대표 발의하고 나서면서 당분간 입법을 둘러싼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계약 조건을 정해진 형식으로 사전에 제공하는 조치는 필요하다"면서도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법안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mhis10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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