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로농지 사건' 2심 정부책임 손해배상 해야…불법적 수사

2021.04.28 09:47:52

 

박정희, 구로공단 조성위해 농지강탈
소송 참여한 농민 감금·강압수사까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구로농지사건'으로 땅을 빼앗기고 강압 수사를 당한 농민들에게 정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다시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 등 56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3년 정부가 510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토지를 빼앗겼다. 해방 후 옛 농지개혁법이 시행되면서 농지가 다시 농민들에게 분배됐는데, 농민들은 그 대가로 수확한 작물을 현물로 납부해야 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구로동 일대 농지를 국유지라 주장했고, 정부가 농민들이 납부하려던 상환곡 수령을 거부하면서 토지 분배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1961년 들어선 박정희 정권은 구로동 농지에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했다.

 

이에 농민들은 분배받은 농지를 찾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소송 초반에는 몇 차례 승소했으나 법원은 '옛 농지개혁법 시행규칙 제정 전에 농지가 분배돼 무효다'는 판결을 내려 농민들은 토지 소유권을 갖지 못하게 됐다.

 

동시에 검찰은 소송에 참여한 농민과 공무원이 농지 분배를 위해 서류를 조작했다며 강압 수사를 벌여 재판에 넘겼다. 농민과 공무원들은 불법 체포 및 감금 등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사기미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2008년 국가가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했다며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농민과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에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경우 A씨 등은 ▲정부가 상환곡 수령을 거부한 점 ▲구로공단 조성으로 경작을 방해한 점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정부가 농민 등을 상대로 강압 수사를 벌인 점 ▲법원이 농지 분배를 무효로 판단한 점 등을 이유로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1심은 정부의 불법 행위나 법원의 판결로 A씨 등의 토지 소유권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상환곡 납부를 완료해야 토지를 취득하는 것이지, 분배 즉시 소유권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심은 정부의 불법 행위로 인해 A씨 등이 농지에 관한 권리를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2심은 "농민들은 농지를 적법하게 분배받았음에도 정부는 상환곡 수령을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구로공단을 조성했다"라며 "분배 농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을 동원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위로 농민들은 기한 내에 상환곡을 납부하지 못해 농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 것이므로 정부가 A씨 등에게 51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당시 법원은 판결의 기속력 원칙에 따라 앞선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농민과 유족들은 지난 2019년 두 차례에 걸친 재심 청구 끝에 농지를 돌려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과 2019년 정부가 각각 1165억여원과 660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농민과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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