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전진

2009.01.02 16:01:01

연말모임이 부산하다. 예년보다 참석인원도 1/3이 줄었다.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몇만원의 송년회비도 부담스런 사람들이 늘어났고, 내일이 갑갑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제는 이 위기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다. 증권으로 반토막난 사람도 회사에서 밀려나거나 가게를 폐업하게 된 사람도 정부욕하기도 지쳤는지 막막한 표정이다. 어떤 기대도 국민들의마음 속에 하지 없다. 그저 어서 빨리 이 난국이 수습되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고대하던 현실이 불현 듯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런 상식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도층에 대한 성토조차 피곤해하는 것은 뒤틀린 심사 때문이다. 결과는 원인이 있음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위기에 빠진 여러 요인들을 냉철하게 따져보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는 한 내일의 희망은 현실이 되지 않는다.
하긴 한국사회의 지도층만 지난 1년 동안 헛된 구호와 헛발질을 계속했을까? 아니다. 국민들의 오판과 헛된 기대도 많았다. 이런 수준의 지도층이 있는 것은 국민들의 수준이 그와 같기 때문은 아닐까? 여전히 지역감정에 휘둘리고 있고, 나라와 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과 지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는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지난 1년의 생활을 남탓만 하지 말고 내 잘못은 무엇인지 야무지게 마무리해야 내일의 성취가 이뤄지는 법이다. 나는 2008년 한해동안 내 이웃의 불행과 고통을 얼마만큼 껴안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민 적이 있었는가. 그렇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국사회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2008년을 똑바로 마감하지 않는 사람에게 2009년의 한해가 알찰 수 없고 전진이 가능하지도 않다. 연말까지 2008년 365일을 되돌아보고 치열하게 반성해보자. 그래야 내일의 살길이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한해를 마감해야 새해의 희망이 솟아오르는가.
첫째는 진지해야 한다. 그저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오는 거니까 지나간 일년을 정리해보자는 식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 상투적인 통과의례는 무의미하다. 두 번다시 오지 않는 삶에 대해 내가 놓치고 실수한 것을 반드시 집어내겠다는 치열성이 담보돼야 한다.
둘째는 주체적이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경제위기 때문에 다른 무엇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남탓만 하고 있어서는 올바른 실천이 가능하지 않다. 그때 나는 어떻게 생각했고, 어떻게 움직였는데 그게 잘못이었다는 실천적 인식이 중요하다.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제도와 정책이다. 하지만 잘못된 현실을 고쳐나가는 것도 행동의 주체인 인간 자신이다. 그래서 인간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셋째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허울 좋은 반성은 사실 차고 넘친다. 그런 반성은 공리공론적인 반성이다. 한국사회가 IMF와 금융위기를 연거푸 당하면서도 위기극복에 성공하지 못하는 까닭도 반성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막연하고 모호하게 떠들다 만다. 그래가지고는 내일의 변화가 없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고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넷째는 단순한 반성을 넘어서 자신을 반듯하게 하고 공명정대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생활태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의 하나가 옛 선인들이 했던 밤낮을 살피고 말과 행동을 할 때 사리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며 잡념을 버리면 마음이 광대하고 관평(寬平)해지는데 이는 경(敬)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한국의 지도층이 당면한 위기에 허겁지겁하고 국민들이 내일의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쩌면 현대의 우리들이 일상의 삶에서 이런 선인들의 삶의 자세를 잃어버린 채 오직 출세와 부귀, 일신의 안일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번 우리주변과 내 자신을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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