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농협으로의 길(상)

2009.01.19 10:01:01

농협의 힘은 농산물을 많이 파는데 있다. 농협을 육성,지도, 감독, 규율하는 농협법 제1조 목적에서는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1995년 WTO가 출범하면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었고 이듬해인 1996년에는 유통시장 또한 개방되었다. 이에 따라 상업농을 몰랐던 자급자족형태의 소농인 우리농업은 망망대해의 항해와 지각변동을 맞게 되었다. 농산물의 수확기 가격하락은 수출과 시장에서의 격리로 가격지지의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고 단경기 가격폭등은 수입농산물로 대체되면서 물가의 안정과 농가경제의 어려움이란 양면성을 띄게 되었다.
농협유통, 농산물 유통시장 선도
유통시장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외국의 월마트, 까르프, 마크로 등의 유통업체들도 속속 상륙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맞서 국내유통업체들도 한국풍토에 맞는 경영기법을 살려 한판 샅바 씨름을 벌렸다. 다행인 것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선방하여 코스트코 이외에는 외국의 유명유통업체들이 토종 유통업체에 밀려 철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의 유통업체들이 중국 등 동남아시장에 교두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농산물 유통분야에 있어서는 정부가 지원하고 농협이 100% 출자한 농협유통이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시장을 선도하여 오고 있음을 크게 평가할 수 있다. 1995년 출범한 농협유통은 산지와 소비지간 5~6단계의 유통단계를 생산자-물류센타-소비자의 3단계로 단축하여 유통마진과 물류비를 대폭 절감한 유통시장의 쾌거이었다. 절감된 비용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전되어 각각 10% 정도의 혜택을 줄 수 있었다. 산지에서 수집하여 출하한 농협에 부과되고 있는 정산수수료도 5%에서 4%로 인하되었다. 경영형태도 대규모 고정투자비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세계유일의 독특한 도매와 직판을 겸영하게 되었고 365일 24시간 영업체제를 갖추어 소비자에게 다가 갈 수 있었다. 농산물의 주문 배송체계도 전자문서교환방식( EDI씨스템 )에 의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약수의거래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보지 않고 구매하는 농산물거래는 표준화된 상품을 요구하게 되었고 규격표준화된 농산물은 파렛타이징(palletizing)거래로 이어져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전수검사체제로 안전성 높여
상장경매를 위주로 하였던 농산물도매시장의 힘은 농협유통 등의 대형유통센타로 옮겨져 경매후 경락가격이 산지에 제공되어 농산물이 출하되었던 형태에서, 사전에 제시된 가격과 협의에 의한 물류의 흐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품질면에서도 신선, 안전, 고품질의 소비자 요구가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농산물 산지에서는 수확후 처리기술(post harvest technology)이 도입되어 농산물의 예냉(pre-cooling)이 깻잎, 상추, 배추 등의 엽채류에서 시작되어 딸기, 방울 토마토, 포도, 복숭아 등의 과채류와 과일류에 접목되기 시작하였다. 농산물 저장중에 상품성이 떨어지고 손실이 큰 양파. 고구마 등은 예건(pre-drying) 작업에 의해 상품성과 수익성 모두를 높일 수 있었다. 돌이켜 보건대 이들 과정을 도입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논란이 항상 뒤따랐고 성공한 경우에는 신바람의 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잔류농약 검사에 있어서도 간이검사와 정밀검사가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농협식품안전센타 설치에 의한 전수검사체제로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여 나갈 수 있었다. 원산지 판별에 있어서는 과채류의 재배이력제와 한우의 DNA 유전자 전수검사에 의한 사육이력제로 판매장에서 소비자가 입력된 자료를 통해 재배와 사육 도축과정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축장과 판매장에서의 HACCP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인증제 도입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판매 운영기법에서는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 CRM(고객관계관리), SCM(공급망관리) 등의 장착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농산물 유통혁명을 이루는 데는 정부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 힘 입은바 크다. 산지 곳곳에 농산물집하장을 설치하고 양곡종합처리장(RPC), 청과물종합처리장(APC), 축산물종합처리장(LPC)등을 지원함으로써 산지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의 공동선별, 공동계산, 포장방법의 개선, 브랜드화로 대량거래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들 구조개선사업은 국민이 목적세로 납부한 농어촌특별세가 귀중한 뒷받침이 되었음을 감사하여야 할 것이다.
유통시장 교섭력 높여 나가야
그러나 이러한 발전과정을 거쳤음에도 앞으로의 농산물유통시장은 너무나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산지의 규모화, 조직화로 시장교섭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소비지시장은 대형할인점이 점포의 증설과 체인화로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 나가고 있다. 대형할인점의 판매액은 2003년도에 이미 백화점을 추월하였고 식품의 경우 전체시장의 54%를 차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세상인의 재래시장이 위축되어 접근성, 편리성, 환경 등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에 골몰하고 있기도 하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대형할인점은 체인화 되고 규모화된 물량을 바탕으로 국내산지에 대해 출혈출하를 강요하거나 이윤극대화를 위해 자사상표(PB brand)로 외국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멜라민 파동에서 보듯이 수입농산물과 식품은 국민의 먹거리 건강식품에 위해를 가져 올 수 있어 신뢰받는 농산물과 산지의 확보는 농산물유통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와 같이 소비지유통업체가 빠르게 대형화되고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에 비해 산지는 시장변화에 대응치 못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으로 영세 소농이고 주산지조성이 잘 되어 있지 못한 우리나라의 산지형편에 기인함이 크다. 문제는 그렇다 해서 산지의 규모화를 잠시라도 멈춰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오늘의 당면 현실이다. 왜냐하면 소비지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은 일년 내내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받길 원하고 있고 소규모산지는 시장교섭력이 없어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지적작(適地適作)의 주산지를 만들고 농가규모를 키워나가야 하겠지만 쉽게 이룰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의 대안으로 품목조합을 육성하고 지역농협 품목협의회의 사업법인화, 시군 시도단위의 연합마케팅사업의 활성화 등은 시급히 접근해야 할 과제이다. 농산물 원료자체의 판매수익으로는 농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품목농협육성에 의한 가공사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세계적인 수출 농기업형태의 농협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미국의 오렌지 생산농가인 썬키스트 협동조합, 뉴질랜드의 키위 제스프리,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 양돈조합은 우리협동조합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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