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불안농산물 가격정책의 진실

2009.03.30 11:03:03

지난 2월초 “제주도의 양배추 생산과잉에 의한 가격폭락으로 고통을 겪는 제주농민을 살리기 위해 시골 농협조합장이 팔을 걷고 나섰다” 라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2007년도에 태풍에 의한 작황부진으로 가격이 좋아, 2008년도에는 재배면적이 늘어 났고 작황도 좋아 가격이 폭락되어 농민의 시름이 깊었기 때문이다.
양파 금값의 비밀
북제주 한림농협의 신인준 조합장은 양배추 재배농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평당 500원 하던 양배추 전량을 2,500원에 밭떼기로 수매하는 매취사업(조합이 자체 책임하에 수매 및 판매하고 손익은 조합에 귀속됨) 의 주사위를 던졌다. 2,500여 양배추 재배농민에게는 희망의 단비였지만 조그만 농촌농협의 경영규모로는 사업비 250억원이 소요되는 큰 모험이었다. 잘못하면 조합자체가 파산될지도 모르는 사업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이러한 좋은 일을 하는 농협에게 신문과 방송, 이 소식을 접한 국민, 기업체, 행정, 군부대, 학교 등은 큰 원군이 되어 주었다. 유통업체들도 이벤트 행사로 양배추 팔아주기 운동에 나섰고 기업체, 군부대, 학교에서는 양배추 급식을 대폭 확대해 나갔다. 제주도의 매취사업자금 이차보전도 사업에 큰 힘이 되었다. KBS의 생노병사 양배추 방영도 소비확대에 원군이 되어 주었다. 농협중앙회의 원예특작부 채소팀과 제주도 지역본부, 한림농협의 양배추 시장출하조절노력도 효과가 발휘되었다. 4,000톤의 일본 수출도 가격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수매 당시 생산비도 못 건졌던 가격은 8kg 한 망에 6,000원으로 회복되었다. 큰 손실을 우려하던 한림농협도 적자는 보지 않을 전망이란다.
한편 3월초 양파 값이 1개 600원이라는 “양파 금값의 비밀” 신문 보도도 있다. 2007년산 양파 수확량이 늘면서 가격이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2008년엔 양파 대신 양배추, 보리 등 가격이 좋게 전망되거나 안정적인 작물로 재배가 늘면서 양파 재배면적이 20%나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의 양파가격은 1망(8개, 1.7kg)에 4,580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65%나 올랐다. 다행히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3월 하순부터는 조생종이 출하되고 중국산 양파도 수입이 늘어나 4월 하순경에는 예년가격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 이외에도 여름철 고냉지 배추의 금치 파동, 겨울철 저장고추의 소각과 시위, 경운기에 싣고 온 양파의 문전 앞 내 동댕이, 가락시장의 호박 투척, 도매시장에 출하해 놓고 수송비도 못 건진 농민의 줄행랑, 소 값 폭락에 의한 농민의 시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연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농산물 유통현장에서 근무하는 농협직원들은 타 부서에 비해 과음으로 건강을 해쳐 일찍 돌아가시거나 탈이 나는 직원들도 많다.
농산물의 수급 불균형
왜 이렇게 농산물 가격은 오르고 내리며 기복이 심할까?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걸까? 선진국의 농산물 가격정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농산물은 국민의 기본식량이자 먹거리이다. 소득수준이 높아 짐에 따라 식품소비형태는 곡물 중심에서 채소, 과실, 육류 등으로 전환되고 생산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농가의 영농활동도 자급 생산형태에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 지향적 생산구조로 급격히 진전되었다. 수입농산물 또한 농가의 작목선택과 식부면적 측정에 고려해야 할 중요요인이 되었다.
농산물 수요는 소득에 따른 수요탄력치가 낮은 반면, 공급은 식부면적과 작황, 수입농산물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수급 불균형이 깨지면 과잉생산과 가격폭락, 과소생산과 가격폭동의 악순환이 연이어 진다. 농업소득이 불안정하면 농가의 영농의욕 상실과 영농포기로 생산기반의 위축을 가져오고 소비자에게는 물가불안심리를 자극한다. 세계 각국은 농산물가격정책을 중요정책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WTO 협정에 의한 농산물가격지정책의 제한은 농가의 소득과 안정적인 생산활동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UR협상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국내보조를 허용대상정책과 감축대상정책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허용대상정책의 기본요건은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고 무역을 왜곡시키지 말아야 한다, 감축대상 정책으로는 시장가격지지, 직접지불을 통한 생산자 가격지지, 생산요소와 유통에 대한 보조감축 등이다. WTO출범과 더불어 세계 각국은 가격지지 대신에 소득보전으로 생산의 안정을 기 함으로써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은 야채생산출하안정법을 기반으로 야채공급안정기금을 설치하여 가격차보전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법과 기금을 활용하여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자급률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은 UR이후 농산물가격지지제도를 폐지하고 소득지지를 위한 직접지불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산물 융자제도, 마케팅 론(Marketing Loan), 유통명령제(Marketing Order)를 시행함으로써 생산과 가격 및 소득의 안정을 기하고 있다.
유럽연합 또한 WTO 체제하의 농산물가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가격을 축소하는 대신에 직접지불로 소득을 보상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이 과잉일 때는 생산자조직의 기능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시장회수(Withdrawl)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 가격정책의 예
우리나라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운예작물 수급안정사업을 시행중에 있다. 고추 마늘 양파 무 배추 대파 당근의 노지채소에 대해서는 수급안정사업을, 오이 호박 토마토 가지 풋고추의 시설채소에는 약정출하사업을, 사과 배 단감 감귤의 과실류에 대해서는 계약출하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자금규모는 1조 529억원이다. 1995년 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금까지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사업시행으로 수급불안 노지채소의 가격진폭은 500~600%에서 100~200%로 감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농산물가격정책의 경우에는 야채공급안정기금손실이 점차 늘어나 정부의 재정부담이 커진 반면 우리나라의 수급안정사업은 사업자금을 한 푼도 축내지 않고 오히려 생산자 조직인 회원농협과 중앙회가 손실보전기금을 축적하여 풍작시 산지폐기에 지원함으로써 시장가격지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몇 년전 일본의 군마현 농협에 갔을 때이다. 야채센타에 출하되는 농산물은 공동선별되어 실명제로 공동출하 되고 있었다. 산지의 농산물은 대부분 지역의 농협으로 출하되어 도도부현을 거쳐 도매시장 또는 집배쎈타로 출하되고 있었다. 농민이 부담하는 출하수수료는 우리나라의 농민이 부담하는 수수료의 2배가 훨씬 넘는 11.5%~13.5%이다.
가격차보전사업으로 보전을 받기 위해서는 농협을 통해 출하해야 하고, 그러자니 산지와 소비지간 직거래가 잘 안 되는 모순도 있다고 생각 들었다. 일본의 전농(全農) 회장이 산지와 소비지간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농협유통의 양재동 하나로클럽 매장 현장을 한껏 부러운 시각으로 바라 보는 것도 우리나라 농협의 강점이다.
농산물의 공급과 농가소득의 안정, 소비자의 생활물가 안정은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어느 제도가 좋은 것인지 심층 평가하여 좋은 것은 살리고 규모를 키워 본격적인 가격안정으로 다시는 양배추의 폭락, 금값 양파와 같은 파동이 일어 나지 않도록 근절해 나가야 하겠다. 괜히 “농산물 파동이 적어졌다고 잘 되고 있는 정책을 없애야 겠다”는 식의 무지한 생각은 접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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