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 5명 릴레이 발언 "5·18은 누구의 것입니까"

2023.05.11 14:44:13

정다은, 심창욱, 채은지, 강수훈, 이명노 의원 '릴레이 작심 발언'
"광주시, '국비 전달책'과 5월 단체 민원기관 전락, 정치인 선거 때만 찾아와"
개원 후 32년 만에 첫 사례…진상규명, 5·18재단, 기록관 등 질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응답하라! 1980년, 5·18은 도대체 누구의 것입니까?"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1주일 앞둔 11일 오전 광주시의회 본회의장.

1980년 5월 항쟁 이후 태어난 젊은 시의원들이 민의의 전당에서 작심한 듯 '오월 광주'에 쓴소리를 했다.

릴레이 발언에 나선 의원은 정다은(북구2), 심창욱(북구5), 채은지(비례), 강수훈(서구1), 이명노(서구3) 의원 등 5명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은 오월영령들에 대한 묵념과 5·18은 물론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으로 통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이후 곧바로 릴레이 발언에 나섰다.

당초 예정됐던 '옛 교도소 부지 활용 방안', '민간 위탁사업 문제', '창업도시, 미래광주 비전', '용역', '광주형 모터스튜디오'를 모두 뒤로 미루고 오월 광주의 민낯을 '포스트 5·18 세대'의 시각으로 거침없이 지적했다.

광주시의원들이 5·18을 앞두고 '5월 광주'를 주제로 릴레이 질의에 나선 것은 1991년 시의회 개원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먼저 정다은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5·18은 소중한 정신적 유산으로 상속은 이미 시작됐고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오늘날 5·18은 공격과 외면의 대상이 되고 말았고 전국으로, 세계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5·18의 명예와 피해는 반드시 회복돼야 하는데, 그 대상은 공법단체 뿐 아니라 80년 5월 민주대성회에 참여했던 수많은 시민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쓰러져간 수많은 열사도 있다"며 "주먹밥과 헌혈로 상징되는 오월정신으로, 한국과 타국의 국가폭력 피해자를 감싸안고 보호하는 '역사의 어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40년 넘도록 발포명령자, 민간인 집단학살 등에 대해 규명을 제대로 못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국비 전달책'과 5월 단체 민원기관으로 전락한 광주시, 선거 때만 찾아오는 정치인들도 에둘러 비판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심창욱 의원은 '5·18 구묘역'에 대한 허술한 관리 실태와 '사업을 위한 사업'에 치중한 5·18기념재단에 대해, 채은지 의원은 기록물 수집·보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과 시스템이 부재한 5·18기록관에 대해 질타했다. "기록관이 아니라 창고냐"며 위상 정립을 위한 광주시와 유관기관의 협조와 노력을 당부했다.

시의회 운영위원장인 강수훈 의원은 5·18 행사위원회 명칭 논란을 둘러싼 5월 단체 분열과 편가르기, '시민 참여와 참신성이 부족하다' '혼자만의 5·18'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은 5·18 기념행사에 대해 폐부를 찌르 듯 신랄하게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이명노 의원은 "5·18교육관은 숙박업소가 목표냐"며 교육관 운영실태 등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5명의 의원들은 끝으로 "우리 모두는 1980년 5월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라며 "5·18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릴레이 발언을 마쳤다.

릴레이 발언이 이어지는 내내 본회의장은 엄숙했고, 의원들과 집행부 간부들의 얼굴에서도 숙연함이 역력했다.

이번 릴레이 발언은 정다은 의원의 제안에 나머지 4명이 크게 공감하면서 전례없는 울림으로 이어졌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로만 느껴왔던 여러 경험들이 '출발점'이었고, 시민들의 제보와 격려가 '당찬 콘텐츠'로 이어졌다.

의원들은 3월부터 두 달 간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뒤 이날 각각 역할을 나눠 분야별 문제점을 꼬집었다.

의회 안팎에서는 "(이날 릴레이 5분 발언은) 의회 출범 후 최초로 시도된 것으로, 80년 이후 세대의 쓴소리여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숙연해진다"고 밝혔다.

정무창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5·18은 대한민국 역사이자 인류의 자산으로 오월단체 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5월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고, 채권도 이권도 아닌 채무며, 희생이자 봉사"라며 "오월단체들이 화합하고, 시민들이 하나돼 진상규명과 헌법 전문 수록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집행부에는 릴레이 발언에서 나온 젊은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당부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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