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막을 올린 가운데, 지난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가 241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최임위 생계비전문위원회 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 분석' 결과가 논의됐다.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는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15세 이상 비혼 단신 근로자 2562명을 대상으로 한국통계학회가 실시했으며 자가나 무상주택, 사택 거주자는 조사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 비혼 단신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315만8487원, 실태 생계비(실제로 지출한 금액을 산출한 생계비)는 241만1320원으로 산출됐다.
이는 전년(220만5432원) 대비 9.3% 증가한 것으로,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살며 쓰는 돈만 해도 한 달에 최소 241만원 이상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201만580원보다 40만원 가량 많은 것이기도 하다.
실태 생계비(241만1320원)를 구체적으로 보면 소비 지출이 195만6166원, 사회보험 등 비소비 지출이 45만5154원이었다.
소비 지출에서는 주거 및 전기·가스가 53만6802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22.3%)을 차지했다. 이어 외식 36만121원(14.9%), 교통 21만1863원(8.8%), 식료품 15만7090원(6.5%), 오락·문화 13만3639원(5.5%), 보건 10만5200원(4.4%)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 비혼 단신 근로자가 223만9386원, 34세 이하가 248만186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380원(24.7%) 많은 시간당 1만2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월 환산액 기준으로는 250만8000원으로, 실태 생계비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이러한 노동계 요구안은 비혼 단신 생계비가 아닌 '가구 생계비' 기준인 만큼 노동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중 근로자 생계비는 그간 비혼 단신 생계비만 고려돼 왔는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은 근로자 생계비 등이 아닌, 논란이 일고 있는 자체 산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어 이번 조사 결과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경영계 반발도 변수다.
최임위는 오는 25일 세종에서 열리는 제2차 전원회의에서 이번 분석 결과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사용자위원은 아직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한편 최임위에 따르면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해 최임위 위원 3명과 사무국 1명 등 4명이 해외의 최저임금 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0월22일부터 30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위스를 다녀왔다.
이 같은 사실은 최임위가 홈페이지에 '2022년 국외출장보고서'를 게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총 비용은 4037만원이다.
양대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보고서를 보면 간단한 웹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출장에 그것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위원들이 국민 혈세 4000만원을 썼다니 염치는 해외에 두고 왔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