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 통일부장관...“6.15정신 이어가야”

2023.06.13 14:44:22

정세현·정동영·이종석·이재정, ‘한반도 평화를 말하다’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 4인의 전 통일부 장관 강연회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 비판...남북간 대화 필요성 강조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강연회를 개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국회박물관에서는 경기도,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김대중 재단이 주최하고 김대중학술원이 주관한 ‘5인의 통일부 장관, 한반도 평화를 말하다’라는 강연회가 개최됐다.

정전 70주년과 6·15남북공동선언 23주년에 즈음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첫 행사로 기획된 이날 행사에서 정세현·정동영·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한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하고 남북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학순 김대중학술원 원장(전 세종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서 정세현 전 장관은 평화는 말로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면서 “평화(平和)라는 글자는 고를 평(平)자에 화(和)는 벼 화(禾)자에 입 구(口)가 붙어 있다. 곡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걸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햇볕 정책이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북한의 어려움을 풀어주면서 북한도 소소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2002년 7월에는 경제관리 개선조치라는 걸 발표해 시장 경제 요소들이 많아졌다”며 “그 결과로 사실은 탈북자들도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역시 ‘민족경제 균형력 발전’이라는 10글자 속에 들어 있는 소위 경제적 교류지원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하나로 묶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 지금 이 정부에서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다음 정부에서 다시 햇볕정책의 길을 가려고 한다면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남북통합의 고속도로를 우리 스스로 파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역사가 정주행했다면 이미 한반도는 교류협력 단계, 남북연합 단계, 평화통일의 3단계 중 이미 남북 연합단계에 진입했어야 맞다. 오늘 다시 평화를 말한다는 게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을 외교, 안보, 남북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숙고할 시간이 없었지 않은가? 경험이 없었다면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 할 것인데, 자기 편 얘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반대쪽의 얘기도 듣는 것이 나라를 위한 첫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윤설열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우리가 추구해 왔던 길을 본다면 노태우 대통령이 88년, 89년에 시작한 북방 정책으로부터 벌써 34년이 됐다. 대북 정책, 대외 정책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킨다”며 “IMF 위기를 극복한 것은 김대중 정부이고, 지난 30년간의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경제 성장률이 높았던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을 선진국가의 문턱에 오게 한 데에는 바로 평화정책을 추구해왔던 이 대외 정책과 대북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돼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각론을 바꿔 갈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에만 의존해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없으며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이재정 전 장관은 “6.15 공동선언 제1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바로 이 관점이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하나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관점이다. 우리가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이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남북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면서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이거에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분단 70년 역사 동안 남북 간 이렇게 엄청난 상황으로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핵을 핵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방안이다.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핵 문제를 핵 대 핵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핵이 필요 없는 상황으로 만드는 게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한반도 전쟁과 평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하지만 당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너무도 안타깝게도 우리 군대에 대한 주권, 전작권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우리가 배제되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백 원장은 “앞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우리 운명을 결정하는 데서 우리가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는 문희상 김대중재단 상임부이사장의 개회사,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환영사, 4인의 전 통일부 장관 강연,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문희상 상임부이사장, 경기도 김동연 지사, 남북평화협렵 지방정부협의회 부회장 박정현 부여군수, 김경일 파주시장을 비롯해 박병석 전 국회의장, 정성호‧김민철‧김홍걸‧양정숙‧홍정민 국회의원, 김방림‧박명서‧유인학‧전병헌‧윤철상 전 국회의원,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임동원 전 장관도 참석 예정이었지만 부인상으로 불참했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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