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재판소 "韓정부, 美계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에 690억 배상"…청구액 7% 인용

2023.06.20 23:08:42

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손해 주장
'프로젝트G'라는 이재용 승계 과정과 연관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승계 목적 뇌물 인정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투자자 국가 간 분쟁해결) 사건에서 중재재판부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5358만6931달러(이날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 청구 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만 인용된 것이다.

 

한편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우리 정부에게 법률비용 3457만479.87달러(약 44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우리 정부는 엘리엇에 법률비용 2890만3188.90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지급하도록 명했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중재 신청을 했다.

 

제일모직은 2015년 9월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했다고 등기했다. 상호는 삼성물산을 사용했다.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주식합병비율은 1:0.35였다.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은 15만9294원, 구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은 5만5767원이었다.

 

엘리엇이 2015년 6월4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 측은 2015년 5월 합병을 공표했는데, 해외주주 등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 비율이 이같이 정해진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가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검찰의 판단이다. 일명 '프로젝트G'라고 불린다. 검찰은 이 혐의로 이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재상고심은 이 회장 등이 주도해 경영 승계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본명 최순실)씨에게 합병 등 승계작업에 대한 지원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유죄로 확정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제일모직이 2015년 8~9월 합병 회계처리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1:0.35)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자 자회사인 바이오 계열사(로직스, 에피스) 가치를 부풀려 평가한 것으로 조사했다.

핵심은 우리나라 정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관여했는지였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5년 재직 중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게 하고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다.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측에 '합병이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하고,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했고, 조작된 합병시너지 수치로 찬성 의결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1월 구성된 중재판정부는 서면심리와 구술심리 등을 거친 뒤 올해 3월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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