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밖 ‘킬러문항’ 수능 배제... 입시 방향은?

2023.06.27 11:18:06

킬러문항, ‘정답률’ 낮은 문항으로 이루어져
입시업계 “수능 출제 가이드라인 명확히 제시해야”
“수능 5개월 앞 정부 방침 우선 믿는 것이 중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 언급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공정한 수능 방안’을 추가로 내놓았다. ‘킬러 문항’에 대한 논란이 커진 가운데 ‘교과서 내에서 출제되지만, 변별력을 갖춘’ 이른바 ‘공정 문항’ 출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킬러 문항 배제 공교육 과정 안에서만 출제”


‘킬러문항’은 정답률이 10% 안팎인 초고난도 문제다. 국어에서는 독서파트 문항으로, 수학에서는 객관식·주관식 마지막 문항(22번, 30번)으로 주로 출제된다. 국어의 경우 대체로 배경지식을 갖춰야 풀 수 있으며 수학은 시간이 많이 든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고득점 향방을 가르는 킬러문항에 몰두한다. 다만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정답률이 무척 낮은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꼽혀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 수능에서는 상대적으로 정답률이 높은 ‘준킬러’ 문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 20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간 논란이 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소위 ‘킬러문항’은 변별도(상위권 변별력)를 높이는 쉬운 방법이나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며 “교육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는 등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답률 2.9% 주관식 수학 문제…6월 모평 ‘킬러’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를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이 이를 위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운영하는 EBSi에 따르면, 9만1,000여건의 가채점 결과 지난 6월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모의평가 수학 영역에서 22번 문항이 2.9%로 가장 낮은 정답률을 기록했다. 

 

 

미분을 이용해 삼차함수 그래프를 지나는 직선의 기울기를 구하는 문제로, 공통과목인 수학Ⅱ에서 출제됐다.
이 킬러 문항은 100명 중 3명도 맞추지 못한 초고난도 문항이다. 이 문항은 과연 윤 대통령이 말한 공교육 교육과정을 벗어났을까. 고등학교 교사 및 입시업계 전문가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수학 22번 문제는 단순 지식보다는 좀 더 종합적인 사고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공교육 외적인 학습이 필요한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다. 주관식이어서 정답률이 더 낮은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어 영역에서는 14번 독서 문항의 정답률이 36.4%로 가장 낮았다. ‘킬러문항’은 통상 한 자릿수 정답률을 보이기 때문에 ‘킬러문항’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번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어렵게 푼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재영 서울 면목고 국어교사는 “고등학교 독서 과목에는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에서 필요한 지식이나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추론적 독해를 할 수 있다는 성취 기준이 있다”며 “고등학생에게 요구되는 독해력·추론력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학원가 “준킬러 문항 확대될 듯…정답률 공개도 방법”


학원이나 입시 전문가의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정답률이 극히 낮은 문항을 ‘킬러 문항’, 그보다는 높아 중상위권은 풀 수 있는 경우 ‘준킬러’로 분류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킬러문항을 없애고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준킬러 문항을 갖고 조절하는 수밖에 없지만, 킬러문항과 준킬러를 나누는 경계는 모호하다”며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공식 정답률을 공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답률을 기준으로만 ‘킬러 문항’을 판단하면 매년 시험 결과에 따라 기준이 바뀔 수 있다. 또 정답률은 고정된 값이 아니라 그 해 수험생의 수준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예측이 불가능한 성격의 지표다.

 

 

입시업계에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준 킬러문항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수능 출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해야만 수험생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입시 전략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수능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정부의 방침을 믿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교과서 밖에 내용이 출제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학습 방법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 거”라며 “지금 앞으로 공부할 내용 중에서 교과서 밖에 과학기술이라든지 융합 지문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폐기해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별력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물수능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은 전혀 예상할 필요가 없고 위험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기출 문제 유형 중에서 학교 교과 범위 내에서 들어오면서 중간 난이도 이상 정도가 변별력 있는 문항으로 탈바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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