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임태희, 교권 보호 칼 빼 들었다

2023.08.07 10:18:33

학부모의 교권 침해 심각…침해 당해도 교사 ‘혼자 감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전부터 교권 보호 의지 피력
“학생인권조례 개정하겠다…교권과 학습권의 조화 필요”
“교육청이 선생님 보호자…학부모의 교육적 책무도 강화”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해 교권침해 및 학부모들의 ‘갑질’ 민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이 교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학생인권조례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초중고 관리 감독 권한은 각 시도별 교육청이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 교육감은 학생의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갖추도록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임 교육감은 지난해 경기도교육감 선거후보 당시에 이미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척점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을 위한 적절한 대책과 교권피해 시 회복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학생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해 교권보호조례 제정을 공식화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며 현장에서 교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심각”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함께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는 여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진보성향의 교사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지난 2019년 이미 교권보호의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습권과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이 7월 25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교권 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만1628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조사됐다. ‘교권침해’ 사례 가운데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전체의 71.8%(8,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28.2%·3,284건)보다 2배 이상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의 조사결과도 대동소이하다. 8월 3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도내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지하는 법률 개정(37.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사례를 보면 교사 잘못이 없는데도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는 행태가 많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험학습 중 간식을 사먹을 돈이 없어 밥을 사달라고 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밥을 사주자 학부모가 ‘아이를 거지취급했다’며 사과와 함께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실에서 걷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서 반깁스를 한 학생의 학부모가 교사가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다며 매일 아침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올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교사를 모욕하고 협박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이 7월 21~23일 홈페이지에서 총 1,228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받은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결혼 계획 있으면 방학 때 하세요’, ‘코로나19로 원격수업해도 월급 나오니 좋으시겠어요’, ‘선생님 전화 안 받으시네요, 제가 교장실로 갈까요’ 등의 말을 학부모에게 들었다는 교사들의 주장이 이어진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이 어느 정도일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교사 대부분 교권 침해 당해도 ‘혼자 감내’


문제는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해도 교사나 학교의 대응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교권침해를 막을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초등학생으로부터 교실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처럼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교권침해 현장에서의 대응 수단은 못된다. 이마저도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쉽게 선택할 수도 없다. 실제로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11년 차 교사 A씨는 지난 2014년 학교에서 학부모의 폭행과 폭언을 학생들 앞에서 당한 후 학부모와의 법정다툼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학교 관리자와의 갈등으로 우울성 장애를 앓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 경남지역 교사 2,0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실태조사(온라인)’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실제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3.8%에 달했고 교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의견도 69.8%로 높았다. 특히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의 61%가 교권침해를 당한 이후 ‘혼자 감내’한다고 답했다.

 

 

시도 교육청이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정부도 교권 침해 실태를 시도 교육청을 통해 조사 수집하는 한편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갖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면서도 전반적인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은 강화하는 ‘투 트랙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별도 대책으로 대응하되,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학교활동에 참여하고 교사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 기회는 전반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교권침해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무너진 교권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과 더불어 교육공동체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은 학생·학부모·교원 등 3주체의 권한과 책임이 조화롭게 존중될 때 바로 설 수 있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교사가 악성민원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하는 민원 대응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이 부총리는 “학부모와 교원이 상담 과정에서 지켜야 할 표준상담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상호존중과 소통 존중 문화 속에서 아이의 온전한 성장을 도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희, 학생인권조례 개정 통해 교권과 학습권의 조화 강조


교권 보호의 쟁점으로 떠오른 게 학생인권조례 개정이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제정한 후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로 연결된다는 지적이 제기 됐었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을 한 명의 인격체로 바라본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과도한 규정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핵심은 교사의 지도권 강화다. 현장 교사 대다수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도내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기여론조사에서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권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인 ‘경기학생인권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92.3%(매우 필요하다 76.4%, 어느 정도 필요하다 15.9%)에 달했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조례에 담긴 편향적인 내용을 학생의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갖추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었다. 지난해 7월 경기도교육감에 취임하자마자 “교권과 학습권은 대립되거나 침해되는 권리가 아니다”면서 “학생인권조례 보완책 찾겠다”고 예고하며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교권침해에 대한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학생과 교사의 존엄이 존중되는 학교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장이다. 실효성 있는 교사 지원 시스템 구축이 먼저라는 것이다. 학생 인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틀이 무너지면 학교 구성원 간 불신은 더 커질 것이고, 부당함에 더한 저항은 더 극렬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개정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가고 있다. 특히 임 경기도교육감이 제사한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개정 방향과 관련해 교권과 학습권의 조화를 강조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쏠림 없이 균형을 이뤄야 학생-교사 간 관계도 회복될 수 있다”며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고,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을 위한 적절한 대책, 교권피해 시 회복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되, ‘책임과 의무’를 더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의무와 책임을 수반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전부터 교권 보호 의지 피력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실태의 심각성이 들어나면서 임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취임전부터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보호의 절박함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6일 취임기자회견에서 임 경기도교육감은 교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경기교육 원칙으로 자율·균형·미래 3가지를 제시하면서 강력한 교권 수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부당한 민원으로 교사가 고통받지 않도록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지원과 제도 마련을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권 침해 사안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있는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고, 교육활동 침해당한 교원의 치유와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북부·남동·남서(고양, 용인, 수원) 3개 권역에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를 운영해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현장지원과 교원 심리·정서 상담 지원, 교원 마음 회복 프로그램 운영, 교육활동 보호 연수, 학교교권보호위원회 분쟁조정을 지원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까지 경기교권보호센터를 6개 권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추후 전체 교육지원청으로 이를 확대 설치해 피해 교원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원과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임 경기도교육감의 교권 보호 행보가 더 빨라지고 있다. 교사들의 보호자를 자임하며 교권 보호의 선두에 선 모습이다. 지난 7월 28일에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교사노동조합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등 경기지역 교원단체 대표들과 만나 교권보호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임 경기도교육감은 “교육활동 보호 및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령을 검토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부와 의회에 개정을 요청하고, 조례에도 편향적인 내용은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갖추도록 정비하는 등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선생님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바꾸고 문화도 바꾸는 체제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직후에는 SNS에 ‘선생님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은 약속을 보다 구체화했다. “더 이상 선생님 개인이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현재의 ‘개인 대 개인’ 민원응대 방식을 ‘개인 대 기관’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전했다. 민원 창구의 일원화 및 교사와의 통화·면담 요청 시 사전 예약 방식의 도입도 예고했다.

 

 

임 교육감은 또 ‘분리 교육 처분’ ‘법률자문단 지원’ 등 교권 보호를 위한 도교육청 차원의 ‘선 조치’ 계획을 공개했다. 학교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 관리자에게 문제 상황과 즉각 분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에 대한 법률지원도 강화한다. 교사 개인 잘못이 아닌 정당한 교육활동 중 아동학대 등 법적 소송이 들어오면 도교육청 차원에서 법률자문단을 지원한다. 특히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무고행위를 추가하는 법률 개정을 건의함으로써 악성 민원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소송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임 교육감은 “현재 국회 등에 아동학대처벌법과 초중등교육법 및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마냥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인 선 조치를 통해 당장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선생님들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의 교육적 책무도 강화 하겠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학부모의 교육적 책임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계속되는 ‘교권 침해’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이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부족 아니겠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학교가 가르치길 바라고 간섭만 하니 교권이 무너진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교권 보호를 위해 학부모의 ‘공동 책임’을 부각하는 쪽으로의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경기도교육감도 “학생 훈육 방식에 ‘학부모 교육’을 포함해 학부모의 교육적 책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도적 장치마련과 함께 교육적 해결을 위해서 학부모가 학생의 행동을 함께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업활동 등에 영향을 주는 학생은 학부모도 특별하게 따로 교육을 받고, 당사자가 ‘다른 학생에게 피해주면 안 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분리 교육처분된 학생이 제대로 된 교육과 치유를 받아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기존 전학 등의 조치는 소위 ‘폭탄 돌리기’일 뿐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면서도 분리 교육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교육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도 제시했다. 도교육청 직속기관에 전담팀(정신과전문의, 전문상담사, 임상심리사, 장학사 등)을 꾸려 학습·심리정서·부모교육·전문기관 연계 등 학습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인 교육·치유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경기도교육감은 교권 보호 제도 강화가 학생의 인권을 과거로 되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교사와 다른 학생의 자유와 권리도 중요하다는 점을 교육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 홀로 어려운 일을 감당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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