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주의 산만·과잉행동·충동성 등의 증상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신경 발달의 문제로 이를 방치하면 학습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응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성인이 될 때까지 일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발생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임신 시 흡연이나 음주 등이 요인으로 추정된다.
채소·과일·우유 자주 먹을수록 위험 낮아져
ADHD는 식생활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스트푸드·청량음료·라면 등을 자주 섭취하거나 과식하는 아이일수록 ADHD 위험이 높다. 단국대의료원 소아발달장애 환경보건센터는 평상시 식습관과 ADHD 증상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의 경우 1주일에 5~6회 섭취하는 아이들은 전혀 먹지 않는 아이들보다 ADHD 위험도가 1.5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음료와 라면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각각 ADHD 위험도를 1.36배와 2.25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채소·과일·우유는 자주 먹을수록 ADHD 위험도가 낮아졌다.
다른 가족 구성원보다 과식을 더 자주 하거나 식사를 빠르게 또는 늦게 하는 어린이도 ADHD와 연관성이 높았다. 과식의 경우 평소에 전혀 과식하지 않는 아이 중 7.2%에 머물렀던 ADHD 고위험군 비율이 1주일에 1~2번 과식하는 아이는 8.5%, 3~6번은 13.1%, 매일 21.1% 등 과식 횟수가 많을수록 높아졌다. 식사가 빠르거나 늦은 어린이의 ADHD 고위험군 비율도 각각 12.9%와 11.3%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6.6%)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과 성인병, 대사질환 등 신체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고지방 섭취도 연관성이 있다. 김태·오창명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지방식을 먹은 마우스 모델에서 얕은 수면(렘수면) 이상과 ADHD 유사 행동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마우스 실험을 통해 한 달 이상 고지방 섭취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 이상을 초래해 수면장애와 ADHD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를 적용한 실험군 마우스에서 렘수면 감소, 기억력 감소, 불안, 쾌감 결여 및 과잉 행동적 특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 점에 착안해 분자 수준의 분석을 이어갔다. 고지방 식이 마우스 모델은 불안, 과잉행동, 쾌감 결여, 기억력 장애를 보였다. 고지방 식이는 수면-각성 조절에서 각성시간을 감소시키고, 분절화된 렘수면을 증가시켰다.
청소년이 아침밥을 챙겨 먹으면 ADHD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황지윤 상명대 외식영양학과 교수팀이 서울지역 고등학생 31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참여자에게 첫 교시 시작 전에 시리얼·흰 우유·과일, 빵·두유·과일, 떡·떠먹는 요구르트·과일주스, 시리얼바·우유·과일 등 네 가지 메뉴의 아침 식사가 제공됐다. 이들은 ADHD 점수가 가입 전 평균 27.2점에서 가입 후 19.8점으로 감소했다.
아버지의 흡연도 영향
임산부의 흡연이나 음주, 또는 유해물질의 노출 등이 ADHD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특히 임신 중 알코올 노출은 태아에게 정신지체 및 ADHD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임신 중 흡연은 물론이며 아버지의 흡연으로 니코틴에 노출되면 그의 자녀들과 손자들까지도 인지장애를 겪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탤러해시에 있는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통해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부친에게서 태어난 남녀 자손들은 니코틴 흡연자의 후손일 경우 행동장애나 주의결핍, 인지 장애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흡연효과는 아버지의 정자에 있는 주요 유전자의 변화로 생기는 후천 전 변이이거나, 아니면 DNA구조는 변하지 않은 채 일어나는 선천적 유전현상들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영수증 용지와 플라스틱 용기에 사용되는 환경유해물질 비스페놀 A(BPA)가 ADHD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BPA는 영수증 용지, 플라스틱 용기, 캔포장기 등에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원료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유사해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천안의 단국대의료원 환경보건센터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 학생 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진단받은 아동 195명과 정상 아동 249명을 대상으로 소변으로 배출되는 BPA의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BPA의 고농도 노출군은 저농도 노출군에 비해 ADHD의 비율이 최대 2.75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행동 특성에서도 고농도 노출군은 저농도 노출군에 비해 과잉행동, 공격성, 불안, 우울 등의 문제 행동에서 유의미하게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의력 과제에서도 더 저조한 수행을 보였다고 환경보건센터는 설명했다.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 동반
ADHD는 학령기 또는 미취학 어린이의 5~10%가 겪는 신경 발달 장애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정신질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아이의 치료를 거부하거나, 약물이 중독성이 강할 것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해 예방하고, 주의 깊게 관찰해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소아기에 발병해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2.5%로 보고된다. 성인 ADHD의 주요 증상은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 결핍이다. 이밖에도 감정 조절 및 대인관계의 어려움, 학습 및 수행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성인 ADHD는 과잉행동 보다 주의력 결핍이 빈번하며,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박원명·우영섭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19세 이상 성인 1만 7,799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 유병률과 동반 질환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이 11.6배, 양극성 장애가 3.2배나 더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