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사소한 예절

2006.02.15 11:02:02

인간적 가치들이 상실되고 교육의 지향점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오늘날. 유교적 휴머니즘에서 답을 찾는 것은 어떨까. ‘양반가문의 쓴소리’는 실학자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을 현대어로 엮은 것. 생활 속 작은 예절,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 들을 당대의 풍속과 함께 재미있게 들려주는 ‘쓴소리’다.

‘사소절’에서 찾는 현대적 덕목
실학자 이덕무는 연암 박지원에 버금가는 대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 사회 전체가 피폐해져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작은 예절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사소절’을 집필했다. ‘사소절’은 선비의 작은 예절이란 뜻이지만, 당시 ‘선비’란 이상적인 인간의 전형이었던 만큼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를 지켜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유교적 휴머니즘이라는 철학에 입각,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범들을 자세하게 규정했다. 그래서 ‘사소절’은 단순히 예절을 나열한 책도 아니고, 사상을 장황하게 설명한 책도 아닌, 문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실용적인 수신서가 됐다.

‘양반가문의 쓴소리’는 작가 조성기가 그 시대에 고민하며 세우고자 했던 작은 예절들의 성격을 살펴보고 그 뜻을 우리 시대에 적용해 풀어쓴 책이다.

고상함과 비속함 사이
이 책의 진정한 즐거움은 당대 생활 속 작은 예절들을 통해 되살아나는 선비들의 흥미진진한 풍속에 있다. 시대의 이상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는 존재였던 ‘선비’들은 현대인과 똑같이 고상함과 비속함, 빈한한 현실과 높은 이상, 체면과 실리 사이에서 고뇌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덕무는 잔소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하게 느껴지는 부분까지 지적한다. 예를 들어 ‘남의 집에서는 요강을 사용하지 말라’거나, ‘남 앞에서 이나 벼룩을 잡지 말고 손으로 때를 밀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한편 ‘남자는 옷과 관을 바르게 하고, 바라보는 태도를 존엄하게 하기 위한 두 가지 경우에만 거울을 본다’고 한 부분에서는 당시 남자가 거울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할 만한 표정을 연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구역질이 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는데 남자도 외모를 중시하는 현대와는 사뭇 다른 가치관이다.

반면 ‘남녀관계를 정리할 때는 단호하게 하라’ ‘과거시험 보는 사람을 들뜨게 하거나 겁주지 말라’ ‘관직을 받은 사람을 축하할 때 월급을 물어보지 말라’ 등에서는 사람 사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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