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기꾼의 먹이감, KT&G

2006.03.03 16:03:03

요새 국제적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KT&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59%의 지분확보로 그가 노리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느라고 언론과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바쁘다. SK의 소버린 사태를 겪은 탓이다. 하지만 이번 KT&G 사태는 SK와 다르게 알토란 같은 흑자 공기업 매각과정에서 파생됐다는 점에서 아주 다르다. 아이칸은 3인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작전에 들어섰다. 그는 이미 전국 교통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부동산의 매각과 700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자회사인 인삼공사의 기업공개를 요구했다.

담배인삼공사는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간 3천억 원의 국고수입을 매년 올렸다. 그리고 각 자치단체는 담배세를 걷어 지방재정에 충당했다. 황금알을 낳는 독점사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가 보장한 독점사업으로 얻어진 수입 중에서 국고로 들어가는 수입은 한 푼도 없다. 지난 5년 동안 과거 계산대로 해서 최소한 1조5천억 원 이상의 국고수입이 없어진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을 논할 때마다 정부가 담배요금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소리를 자주 들은 국민들은 담배를 판 이익에서 국민건강증진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회사순이익에서 국고로 들어가는 돈은 한 푼도 없고, 대신 담배요금에 건강증진부담금으로 150원씩 더 추가로 요금을 인상해서 그 금액으로 건강보험적자를 메우고 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담배인삼공사의 주식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넘어간 이후로 이 회사의 순이익이 갑자기 매년 7천억 원에서 1조 원으로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수천 명의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하고, 교묘하게 고가 담배를 판매한 결과였다. 이 열매가 예전처럼 국고에 귀속됐다면 국민들의 복지증진이나 건강보험 대책으로 쓸 수 있었을텐데, 아이칸 같은 기업사냥꾼과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정체불명의 외국계 큰 손들의 먹이감이 된 것이다.

이런 귀결은 담배인삼공사의 매각논의가 한창일 때부터 지적돼 왔던 사실이다. 정부도 국민들의 이런 강력한 반대여론 때문에 해외매각을 추진하지 못하고 각종의 편법을 동원해 그들의 이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썼다. 알토란 같은 공기업의 주식을 굳이 해외에 나가 전환사채나 액면가 분할방식의 매각을 추진했다. 겉으로는 외국인 전체의 지분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고 국내여론을 무마하면서 내용적으로 외국계 큰손들이 집어삼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는 당사자들 이외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담배인삼공사의 매각은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친 사건인데도 아직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필자는 IMF 이후 담배인삼공사 해외매각 반대 범국민 대책위를 담배인삼노조와 조직해 전국적으로 117만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하고 서울역을 비롯한 각지에서 매각반대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오늘과 같은 현실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아이칸 같은 기업 사냥꾼들의 포식뿐 아니라, 그 포식 잔치를 누가 왜 열어놓았는지, 그 포식자들은 도대체 누구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과 한국의 증권업계는 KT&G의 외국인 주주들의 실체도 추적해 봐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펀드들이 매각 당시 KT&G를 매입할 기회를 놓친 채 지금에서 와서 아이칸의 포식잔치에 먹이감 노릇이나 해서는 안될 것이다. 담배값 인하와 판매제한 등 보다 강력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기꾼들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법적인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주요경력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청조근정훈장 서훈, 사단법인 인간의 대지 및 점핑코리아연구소 이사장, 한서대 노인 복지학과 초빙교수
저서- 대한민국은 침몰하는가? 쓰러져도 멈추지 않는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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