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차관’으로 불린 이명박 정부의 실세,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소환을 하루 앞둔 1일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박 전 차관의 계좌추적을 통해 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로부터 흘러간 자금액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또 박 전 차관의 '자금줄' 의혹을 받고 있는 제이엔테크 이동조(59) 회장의 계좌도 추적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서울시 정무국장을 지낸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이 전 대표로부터 3~4차례에 걸쳐 2000만~3000만원씩 모두 1억여원을 받아 챙긴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다음날 박 전 차관을 상대로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규모, 사용처, 대가성 및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에 대한 조사를 당일 마무리할 계획이나 한차례 정도의 추가 소환을 고려 중이다. 혐의가 입증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차관의 파이시티 인허가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도 서울시 관계자 2~3명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를 받은 서울시 관계자는 5~6명이다.
앞서 검찰은 전날 오후 7시30분께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을 소환, 이날 오전 1시께까지 조사를 벌인 뒤 귀가 조치시켰다.
강 전 실장은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박 전 차관으로부터 "파이시티 인허가 진척 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 전 차관은 2일 오전 10시께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산(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하나를 넘었고 이제 다른 산(박영준 전 차관)이 기다리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