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당한다는 의미

2006.04.05 13:04:04

흔히 탈북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탈북자들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그럼 실제로 이용당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 탈북자 네티즌의 글을 통하여 그 의미를 새겨본다.

나라는 인간이 남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난 긍지감을 가진다.
나는 탈북자이다-북한 땅을 탈출하면서부터 통일이 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나는 영원한 탈북자이다
나는 이 땅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에 불과한 육체만이 존재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탈북자로서 나라는 존재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정신적 노동력이나, 육체적 노동력으로 이용당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긍지감을 가진다. 한국에서 기껏 살아야 3년 정도인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 그러나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와 같은 우리탈북자동지들의 견해와 차이날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야기 해보고 싶다

어제저녁에 집으로 내가 아는 동생이 찾아 왔었다.
한국에 온지 2년 정도 지난 동생 이었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집에서 놀고 있는 것을 내가 두달전에 아는 사장에게 부탁하여 일자리를 얻어주었던 애였다.
북한에서 기계 쪽으로 근무한경험이 있다고 해서 같은 부문의 회사를 소개시켜주었었다
월급도 괜찮았었는데 그가 나를 만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어디 노가다라도 찾아서 안산으로 올라가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더니 하는 말이
<작업반의 한국인 반장하고 나이가 똑같은데 자기가 보아도 그 반장이 자기보다는 특별한 기술은 없는 것 같은데 일은 안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놀다가도 자기가 제품을 다 완성해놓으면 잘못했다고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까다롭게 그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수가 없다느니 .신경질 나서 못 보겠다느니 .등등 하면서 그만집어치우고 조선족들과 노가다나 하겠다면서 서울로 올라간단다.
그 말을 듣고 나서 회사 사장에게 내가 전화를 걸어보니 사장이 하는 말이 <탈북자친구가 확실히 재간은 있는 것 같다. 북한에서 기계를 다루어서 그런지 정말 일도 잘하고 눈썰미도 있고 ... 그런데 북한에서 아무리 숙련공이라 해도 여기남한하고는 좀 틀리니까 몇 년 잘 배우면 베테랑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손잡고 잘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을 동생에게 이야기하니까 <개수작같이 .날 실컷 이용해서 저희들 돈이나 벌려고 한다. 싹 그만 두겠다>라고 한다.
나도 역시 더 말을 하지 않고 그러면 가고싶은 데로 가라고 했다.

이용당하다-? 이 말의 참뜻이 무엇일가?
과연 이런 경우에 이렇게 표현을 해야 맞을까? 나로서도 말하기 참 어렵다

내가 잘 다니는 미용실이 있다
<참 좋은 미용실>이라고 봉사성도 좋고 미용기술도 좋아서 사람들이 북적 되는 곳 이다.
5명의 직원이 원장과 같이 일하는데 원장은 미용기술이 좋다고 인정받는 베테랑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중 제일나이가 많은 분은 원장보다 더 나이가 몇 년 위인 가정부인도 있다 미용사들도 경력차로 월급을 받는데 내가 알기로는 많지 못하다.
초보미용사의 월급이 50만원을 웃돈다.
월매출이 천만이 넘는 미용실치고는 미용사의 봉급이 너무나도 초라하다.
그 모든 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을 미용원원장이 가져간다.
그래도 그 밑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은 절대로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응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미용원 원장 밑에서 미용테크닉 기술을 익히고 경력을 쌓아서 자신들이 독립할 때까지 스스로 미용원을 차려도 제 발로 걸어 나갈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배우는 것이다
내가 한미용사에게 월급을 그 정도 받아가지고 생활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니까
미용원에서 받는 월급을 받고서는 생활을 못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아둔 돈을 쓰면서 출근한다. 그러나 기술을 확고히 익혀서 자체로 독립 할 때까지 배운다고 말하는 것이다
맞다. 그들은 한 달 50만-6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자기의 돈을 써가면서도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 12시간 미용실원장에게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당하는 줄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내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제 발로 떳떳하게 걸어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투자하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와서 3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였고 그들 중 <좋은 사람>들과 일도 해보았다.
매출이 한 달 5천밖에 안되던 회사를 월매출 5억으로 끌어올려 돈을 벌어준 경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대가가 한 달에 몇 백만 원의 월급밖에는 차례지지 않았지만은..
그때도 사람들은 옆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은 사장돈벌이만 해주고 있습니다, 한 달에 고작 그것만 받고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사람이니까 그렇지 한국사람 이라면 그 정도 받고 일을 하지 않습니다. >
나를 스카우트 해가겠다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말하기를 <나쁜 놈들 ,당신은 북한사람 이기때문에 한국 실정을 잘 모르니까 월급을 적게 주면서..... 지금 이용당하고 있으니까 그만두고 빨리 우리 회사로 오이소....그러면 더 높은 봉급에 조건을 더 좋게 줄게요..>
역시 그 사람들의 소리도 나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를 이용하여 자기회사의 매출을 높이기위해서 하는 이야기다.
나도 한번쯤은 이런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우리 회사는 별개로 다른 회사에서 제품강의를 해달라고 초청이 왔다.
강사료는 시간당 50만 원이였다.
그래서 내가 나가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한 시간 강의 끝에 제품매출액 5천3백만 원을 올렸었다.
솔직히 그 회사로는 대단한 매출액 이었다. 한 달 매출액이 3억정도인회사였으니까
수천만 원의 이득금을 단번에 거머쥐는 강의치고는 강사비가 50만원이라니... 너무 적지 않은가?
하고 나도 생각하면서 <내가 오늘 이거 잘 이용당했네.>라고 말이다. 그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저 놈들은 날 이용해서 몇 천 만원을 단번에 벌었는데 나 한데는 고작 50만원이라니,,, 다시는 이용당하지 않을거야. > 라고 말이다.

그러나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르고 3년 알고도 3년이라고 ..
난 아직도 이 나라에서는 철부지에 불과하다 ,갓난아이라도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걸음마를 뗀지 3년이 지난 철없는 애에 불과하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고 많은 새내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에 태를 묻고 자란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나에 비하면 너무나도 베테랑들이다
탈북자로서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생소한 이 땅에 남들처럼 정착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고 힘든 길 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땅에 영원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만 하기에 나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내야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탈북자로서 나라는 존재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정신적 노동력이나, 육체적 노동력으로 이용당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긍지감을 가진다.

만약 그 누구도 나를 이용하지 않겠다면, 나를 쓰지 않겠다면 나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으로 길가의 돌보다도 못한 인간으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소리높이 말하고 싶다
[나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백번이고 천 번이고 이용을 해라. 언제라도 말이다
그 속에서 나는 당신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이사회를 배워서 이 땅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그날을 위해 준비하리라 .그날을 만들어 가리라] 라고

하나원 00기 졸업생


시사뉴스 webmaster@sisa-news.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