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아이들

2006.04.13 16:04:04

감옥에 갇힌 듯한 나날이 계속되지만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꿈은 자란다. 카림의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을 찰 수 있는 땅도,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통행금지가 풀리면 아파트 벽에 대고 공을 차는 것을 특별한 즐거움으로 여길 만큼 카림의 일상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카림은 이스라엘 탱크와 헬리콥터의 소재가 되는 강화강철을 녹일 수 있는 화학공식을 수립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영장 없는 체포와 빈번한 고문
이스라엘의 점령 치하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한 뙈기의 땅’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 카림과 그 주변 군상들의 삶은 곧 팔레스타인 현실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이스라엘 군의 점령 치하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까닭에 테러 사건과 그에 따른 보복 공격이 빈번한 곳이다.
라말라의 일상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과 함께 한다. 테러리스트가 나온 가정은 무차별적인 탱크 공격을 받아 일가족이 몰살당하거나 하루아침에 난민 신세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테러가 끊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의해 평생 살아온 집과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저항의 방법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 고문 등의 인권 탄압 행위가 잦은 것도 분노를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점령군의 폭압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장애인에 되거나 죽어가고 있지만 분쟁 해결의 근본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되풀이되는 박해의 역사
소설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 가정이 겪는 비극을 그린 ‘안네의 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하는 잔혹한 탄압은 그들이 겪은 박해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이 소설은 이스라엘 압력 단체들이 영국의 맥밀란 출판사에 인쇄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맘껏 놀 수 있는 ‘한 뙈기의 땅’을 갈망하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동심은 암울한 현실과는 달리 순수하기만 하다. 하지만 순수의 색깔은 거듭되는 좌절을 겪는 과정 속에서 점차 분노와 적개심으로 변질돼 간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이스라엘 점령군 모두는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한 언제나 비극의 주인공일 뿐이다.
청소년 소설로 유명한 저자 엘리자베스 레어드는 이 소설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평화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비롯되며 이성의 분노를 다스릴 때만이 완성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또, 해맑은 동심을 가진 아이들을 폭압으로 다스리는 현실이 결국 테러범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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