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포기한 괴짜강사

2006.05.10 16:05:05

과학고와 서울대라는 최고의 학벌, 연봉 18억, 강남 유일의 300석 강의실 마감, 오프라인 학원 동시수강생 4천5백명 기록, 수년간 과학탐구과목 전국 최다수강생 기록. 이 같은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 이범 강사가 책을 냈다.
성공기나 공부 잘하는 비법학습서가 아니다. 연봉 18억을 포기하고 무료강의를 통해 입시공화국 대한민국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기까지 치열했던 교육현장에서의 ‘진짜 공부’에 대한 이야기다.
이전투구의 대한민국 학원계
2003년 10월 대한민국 최고 강사로 군림했던 이범 강사는 일체의 학원강의와 유료 인터넷 강의의 중단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전격 무료강의를 시작했다. 학원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자본주의 논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이 엽기적인 행동은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연봉 18억도 치유하지 못한 마음의 병, 즉 억대 스타강사라는 자신의 성공가도 이면에 가려진 고독과 괴로움을 고백한다. 그리고 병의 발병처는 이전투구를 벌여야하는 대한민국 학원가의 냉혹한 현실이었음을 밝혔다.
한해 18조원, 그 중 입시 관련 시장만 1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사교육 현장의 한복판에 있던 저자에게 무료강의는 사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나친 맹신을 벗겨내고,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사교육 시장을 통해 자신이 받은 금전적 혜택을 사회에 긍정적으로 환원하는 길이기도 했다.
사교육 시장은 어떻게 형성됐나
신출내기 강사에서 연봉 18억의 대강사로, 다시 무료강의의 개척자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저자의 삶은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한 베일에 가려있던 스타강사의 생활, 학원가의 뒷얘기 등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탄생과 형성과정, 이를 테면 노량진 학원가의 탄생과 대치동 학원가로의 중심 이동, 현재 메가스터디로 대표되는 온라인 교육업체의 주도권 쟁탈 과정은 박진감이 넘친다. 저자 자신이 창립 멤버이자 학원가를 떠나게 된 결정적 제공을 한 메가스터디의 탄생과 성장 과정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저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치는 학원가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대치동 신화로 대표되는 과열된 사교육 열풍과 허상을 극명하게 밝혀낸다. 하지만 사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매도가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사교육의 선기능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적 대안까지 제시한다. 그리고 구호로 끝나는 대안 제시가 아닌, 저자 자신의 현재 진행 중인 실천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