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웰빙과 오복, 덕불고(德不孤)

2006.06.10 10:06:06

요즘 우리생활 깊숙이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유행이다. 사전에는 복지, 안녕, 행복이란 뜻이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립국어원은 이 외래어의 인터넷 투표결과 ‘참살이’란 우리말로 선정했는데 순 우리말에는 매력이 없는지 잘 쓰이지 않고 있다.
건강식품 광고에 한국소비자 웰빙 지수 1위 상품까지 등장했다. 웰빙의 반대어는 일빙(ill-being)으로 나쁜 상태, 불행, 부조(不調)를 뜻한다.
웰빙은 우리의 생활 관념으로 볼 때 유교에 바탕을 둔 오복 즉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중 수,부,강녕에 해당하는 말이다. 즉 ‘잘 먹고 잘 살며 편안한 생활 속에 장수한다’이다.
이미 우리 선조들이 수천 년 전부터 소망해 온 생활관념 내지 철학 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오복에서 유호덕,고종명은 ‘덕을 쌓는 생활 속에서 하늘의 순리대로 수명을 다 한다’이다.
오복의 기원은 B.C 12세기경 중국 은나라 성인이었던 기자(箕子)에게 주나라 무왕이 통치철학을 묻자 ‘오복정책은 다른 어떤 종교나 법률보다 훌륭한 홍훈(洪訓)이 될 것이라고 말한데 비롯된 것이다.
기자의 동래설(東來說)을 사학자들이 부인하는 이도 있으나 오복은 경서중 홍범구주 기자지에 나와 있다. 수,복,강녕과 웰빙만 떼어 놓고 보면 자기만 잘 살아서 어쩌자는 것인지, 개인주의, 극단의 이기주의 속에 가진 자는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발버둥으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안겨주고 황금만능의 졸부 철학에 빠지게 된다.
홍범오복에 유호덕과 고종명이 포함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수,복,강녕에서 파생되는 사단과 불합리를 없애고 분수를 지키며 소아보다 대아를 생각할 수 있게 삶에 대한 수양과 정의를 강구한 것이다. 홍범오복은 근대 조선시대 이후 변질 추가되어 수(壽),복(福),강녕(康寧),부(富),귀(貴),다남자(多男子)로, 원래의 유호덕과 고종명이 빠진 대신 복, 귀, 다남자가 들어가 6복이 된 셈이다.
소중한 유교의 기본철학인 ‘덕’항목이 조선 중기이후 슬그머니 빠지면서 파벌, 당쟁, 갈등 이기주의와 불신풍조, 한탕주의가 심화되지 않았나 한다. 덕이란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또는 행동으로 인격적 능력을 말한다. 인간사회 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도덕적 윤리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이상이다.
아무리 잘사는 부자나라 일지라도 덕치가 없는 사회는 인종분쟁 등 갈등과 분열로 평화롭지 못하다.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에겐 예로부터 덕불고(德不孤)라 하여 반드시 따라야 할 사람이 많아야 외롭지 않은 인물이 된다고 했다.
오늘날같이 가치관이 혼돈되고 교언영색(巧言令色)이 판을 치는 부조리한 사회에서는 정의, 진리, 신의를 일깨워주고 분수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더쉽도 훌륭한 덕행이 될 것이다.
웰빙은 언뜻 보면 선진국을 향하는 자본주의의 꽃처럼 잘 나아갈 것 같지만 덕이 빠진 웰빙은 어느 때인가 인간적인면에서 추락하고 말거나 그복을 고종명까지 누리고 살았다고 볼 수 없다. 종국에는 일빙에 빠져 불행하게 된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바른 길로 좋은 성품을 보여주는 덕행을 먼저 쌓아간다면 사회갈등 구조가 줄어들며 복 받는 일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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