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개혁보다 평화를 선택했다”

2006.07.21 13:07:07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출신 외국인 총장 로버트 러플린. ‘과학계의 히딩크’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카이스트를 초일류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한국은 그의 연임을 반대했다. 카이스트 교수들은 한국 상황을 모르는 외국인 총장이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과도한 개혁을 추진했다고 했고, 언론에서도 비전은 좋았으나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그의 개혁은 왜 실패했으며 한국은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그들만의 리그
러플린의 개혁은 애시당초 성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카이스트 교수들은 물론 교직원들까지 처음부터 그를 이름뿐인 총장으로만 생각했을 뿐 총장의 의견을 들으려고도, 의견을 제시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 국가기관의 뿌리 깊은 악습과 관행들을 고치고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이사회가 교수들의 의견수렴 없이 외국인 총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립대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러플린의 과감한 혁신정책은 외국인 총장에 대한 카이스트 내부의 반발을 더욱 심화시켰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을 떠나면서 남긴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 대화와 논의를 하고 싶었다고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생각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이 어떤지 듣고 싶었다는 그는 그렇게 해서 개혁을 추진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는 달리 카이스트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만 의사소통을 했다. 카이스트 내부에서 열리는 회의들은 모두 자신이 출장중일 때만 진행됐다는 것을 하나의 증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적 풍토 비판
이 책은 러플린 총장의 변명이자 경고, 그리고 한국 과학 발전을 위한 마지막 메시지다. 비단 과학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악습과 개혁에 대한 충돌의 변수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러플린은 자신의 개혁론을 책 곳곳에 심어놓았는데 의미심장한 문구들이 많다.
‘과학기술이 범접할 수 없는 신성을 띠게 되면 연구 수익성이나 투자가치 같은 난처한 물음에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과학계는 잘 알고 있다. 불행하게도 자신의 직업 안정성만을 염두에 둔 사람은 혁신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혁신이란 그 자체가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는 대목은 황우석 사태를 겪은 한국 과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저자는 ‘감염된 컴퓨터는 보통 별 탈 없이 작동하지만 정작 중요한 작업을 할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확실한 방법은 자기 컴퓨터를 무작정 믿고, 개운치 않은 오류와 충돌을 무시하면서 지내는 것이다’며, ‘마찬가지로 조직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엄격하고 합당하게 규율로서 운영하기 보다는 인간관계에 의지하는 것이다’며 한국적 풍토를 간접 비판하기도 한다.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13,000원
일본이 만들어낸 양식의 왕자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코드인 돈가스에는 1,200년의 육식 금기를 깬 메이지 유신 이래 질풍노도의 드라마가 들어 있다. 이 책은 일본식 돈가스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일본 근대 개국 시기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고 있다.



낙타의 코
크누트 슈미트-닐센 지음/ 솔 펴냄/ 11,500원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동물들의 신비한 생존전략을 소개한 한 동물학자의 자전적 에세이. 저자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50여 년간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존 방식을 탐구해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해온 자신의 연구와 자신의 삶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들려준다.

북핵위기와 한반도 평화의 길
조재길 지음/ 한울 펴냄/ 30,000원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서. 1980년대부터 한반도 핵문제와 반핵운동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북한 핵문제는 물론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한국의 핵개발 시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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