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은 지도자 신뢰의 초석

2006.07.24 14:07:07

최근 5.31 선거에 당선된 지자체 단체장과 의원들이 속속 취임식을 갖고 집무에 들어갔다. 모두가 ‘처음처럼’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정말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들이 자신의 공약조차 모른다는 지적이 크게 일고 있다.
대부분의 선량들이 공천권자들을 찾아다니다가 막판에 티켓을 거머쥐고 유권자들을 쫓아다녔기에 공약에 허점들이 많은 것이다.
공약이란 바로 ‘공적인 약속’,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약속 준수는 ‘신뢰의 기초’가 된다. 평소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약속은 대부분 ‘시간과 돈 거래’의 약속에서 일어난다. 두 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신뢰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일반상식이다.
우리나라에도 공약 실천의 좋은 사례들은 많다. 이명박 前서울시장이 ‘청계천 살리기 운동’과 버스 교통체계를 중앙차선으로 바꾼 것은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법 정비를 마쳤지만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노태우 대통령 공약인 새만금 개발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약 중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일수록 논란이 많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연간 6백50만 명씩 수용한다며 97년 착공해 2천5백억 원 이상 투입했지만 승객이 없을까봐 개항을 미루고 있다.
경북 울진공항과 전북 김제공항 신설도 문제가 많고 2005년 폐쇄된 경북 예천공항도 공약의 실패 사례다. 지역 개발로는 대구의 섬유산업, 부산의 신발, 광주의 光통신 산업, 경남의 기계산업진흥에 2조원 이상 투자되었지만 사업성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매니페스토(Manifesto?참 공약)실천운동 개념의 공약을 개발해왔다. 우리나라 5.31 지방자치단체 선거 기간 중에도 운동 본부가 발족돼 활동해왔지만 매니페스토는 정치단체의 선언이나 강령을 말한다.
특히 영국에서 시작된 매니페스토는 공약의 목표치와 로드맵, 재정적 염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선거공약을 뜻한다. 매니페스토는 ‘SMART’의 요건, 즉 명확성(Specific), 측정가능성(Measurable), 달성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ent), 기한명시(Timed) 요건이 충족돼야 선거공약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매니페스토를 도입한 선진국 정당들은 정책공약의 생산 단계부터 이행단계까지 정당 안에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후보자들의 선심 공약이 중앙당 당헌 당규와 차이가 나는 사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경우 ‘매니페스토’를 생산하는 데만 2년에 걸쳐 논의가 진행된다고 한다. 미국 선거에서도 공약의 이행 과정에 대한 각계의 검증과 평가가 다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3년 지방선거 때부터 매니페스토 바람이 불었다.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국민들에게 공약한 사항을 꼭 지킬 때가 왔다. 우선 선관위와 시민단체, 언론들이 중심이 돼서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국민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공약들부터 가려내서 당선자들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실제로 실현 불가능한 사업을 공약했다면 당선 무효사항이 될 수가 있다. 당선자가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실현 가능성을 주장한다면 논란 속에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기 중에 진행이 되지 못하거나 불가능이 판명된다면 다음선거에 영향을 줘야한다.
공약 실천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의 초석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지자체 단체장과 의원들을 불신한다면 국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가는 발전보다는 나락에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국민 신뢰가 없는 지도자는 반드시 소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배유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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