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불통인사’ 논란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아가던 박근혜 대통령이 첫 대미 외교의 정점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 스캔들’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개인적 문제로 규정하고 발 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 여론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귀국하기도 전에 윤창중 사태가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 사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마자는 박 대통령 지지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워낙 당혹스런 이슈다보니, 여론이 ‘윤창중’과 비교적 자극적인 ‘성추행 내용’ 등에 집중적인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과 윤 전 대변인의 거짓 기자회견 등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단순한 가십성 사건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여론은 분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거듭해 국민 사과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히 박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창중 이슈가 다소 가라앉으며 박 대통령 지지율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여론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리얼미터-한국갤럽, 윤창중 영향 2.8%p~5%p 하락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이었던 5월6일~10일, 같은 기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5월 둘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5.9%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지도는 1주 전 대비 2.4%p 상승한 것이자,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한 것이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시점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했다. 그러나 주간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주초부터 주중까지는 방미 일정이 성공적으로 평가를 받으며 상승하다가 금요일인 10일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당장에는 박 대통령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이후 파문이 확산되면서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5월 셋째 주인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6주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3.1%로 나타나 1주 전 대비 2.8%p 하락했다. 이와 관련, 리얼미터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태의 영향으로 주초 지지율이 하락한 후, 주 후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주간 집계 결과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부정평가 또한 1주 전 대비 4.9%p 상승한 36.7%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따르면 5월 11일~12일 주말을 전후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점은 윤 전 대변인의 대국민 상대 거짓 기자회견과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의 반박 기자회견 등 사건의 최고 정점에 있던 시기였다. 윤창중 사건이 박 대통령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명백한 결과인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리얼미터>뿐만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5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는 51%로 1주 전 대비 5%p나 하락했다. 특히 부정평가는 27%로 앞선 여론조사보다 무려 10%p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갤럽 역시 “미국 방문 기간 중 최고치에 달했으나 귀국 즈음 불거진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파문이 확산되며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갤럽 조사에서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N=273)를 대상으로 부정 평가에 대해 물은 결과도 흥미롭다. ‘인사 잘못함/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이 무려 55%를 차지한 것. 이 같은 응답은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하다’(11%), ‘국민소통 미흡/너무 비공개/투명하지 않다’(11%) 등의 이유보다 압도적이었다. 윤창중 파문이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의 인사참사 논란을 다시 재점화 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에 대해서도 갤럽은 “4월 17일 내각 구성 이후 ‘인사 문제’ 지적은 점차 줄었으나, 윤창중 사태 이후인 5월 3주에는 다시 급부상해 부정 평가자 두 명 중 한 명이 그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국민 75%, “윤창중 파문 국정운영 차질 올 듯”
윤창중 파문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14일 ‘윤창중 파문’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의 방미 중 부적절한 처신이 박근혜정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 43.7%가 ‘국정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32.1%는 ‘상당기간 파문이 이어지며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단순한 개인의 불찰이므로 국정운영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1.9%에 그쳤다. 윤창중 사건이 영향을 미치는 기간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사실상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응답이 무려 75.8%에 이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창중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서는 39.8%가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였다’고 평가했다. 33.7%는 ‘흡족하진 않지만 사과는 이뤄졌다고 본다’고 답했고, 22.0%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적절한 사과가 아니었다’고 응답했다.
한편, 이 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하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 지지도는 56.5%로, 직전인 4월 25일 조사 당시와 비교해 2.1%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모노리서치는 “국민들은 사건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대다수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예상을 하면서도 사건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크게 돌리고 있지는 않았다”며 “최고임명권자의 책임보다 개인의 파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만이 윤창중과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