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마주보기

2006.09.19 09:09:09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를 참배해 8·15를 모욕한 일본의 고이즈미와 고구려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앞에서 동북아의 평화까지 조율해야 하는 한국인들. ‘21세기 한중일 삼국지’는 중국인, 일본인들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모습 속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지혜를 찾아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 한중일의 문제를 해학과 풍자로 풀어간 시사만평이다.

돌다리를 건너는 법
일본에서 국제법 석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국제법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자신이 체득한 동북아 각국의 특색과 현실, 삼국 관계의 문제와 대안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해학과 풍자, 그리고 비유가 많은 필체로 국제관계라는 딱딱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를테면 일본과 중국의 성향 차이를 돌다리를 건너는 법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중국인은 돌다리를 건널 때 두드려 보는 둥 마는 둥 그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다른 이들을 흉보며 거침없이 건너가려 할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인은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듣고 검토하며 분석한 다음에도 다른 누가 먼저 건너가야지만 비로소 그 뒤를 쪼르르 따르려 할 것이다.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본인들에 대해 ‘호탕하지 못하다’ ‘쫀쫀하다’ ‘답답하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일본인들이 중국인들에 대해 ‘막무가내다’ ‘거칠다’ ‘지저분하다’라고 서로 인식하는 것을 수긍이 가게 하는 대목이다.
대일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같은 특성을 지닌 양국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외교관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관해서는 따끔한 비판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 일본 정계에 일대 변혁이 가해지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당하기 십상이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자체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와 독도 문제를 오히려 일본 변혁의 계기로 적극 활용해 나가자’는 참신한 제안을 한다.
일본인들 스스로 자국의 전근대적 정치 형태에 일대 변혁을 초래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나가자는 것이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의 일본어판 발행 및 일본 국내외 일본인들에게 그 발행본을 배부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 같은 전략이 더욱 돋보이는 점은 교묘하게 민족주의를 부추기거나 영악한 외교로 이득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윈-윈으로 동북아의 미래를 밝히자는 평화주의를 내세우는 것이다.
삼국일의 허와실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두루 살피고 있는 이 책은 ‘중국과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과 삼국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자화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자기성찰적인면도 지니고 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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