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중심이 없다

2006.09.19 17:09:09

정부가 ‘비전2030플랜’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그게 어떤 내용인지조차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먼 미래의 얘기를 태연스럽게 하고 있으니 믿지를 않는 것이다.
아니 미래설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왜 관심을 보이지 않겠는가.
서민 등 처먹고 생활을 파탄시킨 비리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색출하고 처벌해야 할 시기에 뜬금없이 10여년 뒤에 복지가 좋아지고 희망한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국민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
게다가 그것조차 10여 년 전의 ‘2010’과 이름까지 유사하게 복사판이니, 아무리 재탕 삼탕하는 것이 ‘정책’이라지만, 어찌 이렇게 경우를 모르고 민심을 모를까?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여당은 참회와 반성을 적당히 입으로만 해놓고 뒤늦게 뉴딜인가 뭔가를 들고 나와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행하게도 그들의 실력과 진심을 잘 알고 있다.
2008년 총선이 있으니 여론이 어떻든 그때까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면서 민심의 반전을 꾀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니 그 내용이 무엇이든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집권세력은 그렇다 치고 야당과 언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어떤가. 집권세력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자극해 정치공세나 일삼고 자신들이 내건 명분싸움이나 밥그릇 챙기기에 열중하고 있다.
날마다 생활비가 떨어져가거나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는 사람들의 다급한 호소에는 관심이 없다.
더 우스운 것은 단체에 있을 때는 온갖 이상적인 소리를 다 하다가 정부의 무슨 위원회 자리를 꿰차면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마음을 붙일 데가 없는 것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 왕조교체 때보다 더 심하게 나라의 정책이 뒤흔들리고 과거의 정책을 재탕, 삼탕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따질 전문가 집단도, 신뢰할만한 단체도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7000만 인간의 삶과 세계 15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나라의 실정이 이래가지고는 우리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 도약해갈 수 없다.
또 정치투기꾼의 뻔뻔스러움에 놀아나고 독재의 망령을 그리워할 것인가. 지역감정과 지역대결 구도 속에서 내편이면 무조건 좋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싫은 바보짓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치밀한 장기전략과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신속하게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하며 믿고 따를 수 있는 이 공동체의 지도층이 튼튼하게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해가는 지혜가 넘쳐 나야 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을 최소한 부끄러워하면서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시대의 과제와 당면한 현안문제해결을 위해 온몸과 온마음을 바치는 사람들, 경제, 안보, 복지, 교육, 환경 등 각 분야의 실태를 꿰뚫고 현실적인 해법을 갖고 있는 전문가집단,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공리공론보다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해 국민을 설득할 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나라의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그 일은 다른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바로 당신이 해야 한다. 당신이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과 실천을 해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당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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