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

2006.10.11 20:10:10

참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얼굴은 제 각각이다. 쌍둥이인 경우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제 모습이 따로 있다.
물론 요새 풍조처럼 성형바람이 휩쓸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누구를 닮은 듯한 얼굴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태어날 때 주어진 얼굴의 모습 가운데 마음에 차지 않는 모습을 바꿔 되어보고 싶은 안면을 갖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성형이 사람의 마음과 인간됨 자체를 바꿔주지 못하고 겉모습만 바꿔주는데 있는 것 같다.
겉모습은 그럴싸한데 대화를 해보면 속에 들어 있는 게 형편없다거나 비뚤어진 마음으로 가득 찬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 모습은 그 사람의 현재와 과거, 마음속의 지도까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현재 생활이 어렵고 고달프면 그 사람의 얼굴에 대부분 쓰여 있다. 인자하고 덕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자기절제에 수양이 깊은 사람은 세속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고매한 기품이 흐른다. 탐욕과 출세욕에 눈이 먼 사람들의 얼굴에는 사기꾼의 냄새가 풍겨난다. 졸부들은 온갖 치장에도 불구하고 감출 수 없는 천박함이 드러나고 독을 품고 있는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증오의 눈초리가 섬찍하다.
이런저런 얼굴에 대한 관찰법으로 정착된 것이 관상학이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얼굴의 통계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상학은 대체로 동서양이 다르고 같은 동양권이라고 해도 중국과 한국, 일본이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통계의 오류는 존재하고 통계학의 일종이기 때문에 수십억 인간의 특징을 전부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일반적인 통계적 접근은 상당히 유용한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이것저것을 알아보면 대개 일치하기 때문에 평생 사귈만한 인물인지, 일시적인 관계로 끝낼지, 믿고 속아 줄 것인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 사람의 얼굴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 가지의 사건을 겪고 나서였다. 첫 번째는 두 달에 걸친 칠성판이라는 고문대의 경험이다. 어떤 고문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어느 후배는 하루도 안돼 할 말 못할 말을 전부 토해내고, 별로 신뢰하지 않았던 후배는 끝까지 모진 고문에도 함구로 버텨내는 것이 아닌가. 두 달 가량을 수백 명의 진술을 사건 책임자로서 지켜보면서 사람의 마음은 정말 알 수 없다는 것이었고, 어떤 보안의식과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으면 속을 줄도 아는 법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하나의 경험은 8년의 까막소 생활에서 갖가지 죄목을 달고 있는 범죄인들과의 만남이다. 사기죄로 징역을 살고 있는 이들의 공통된 특질이 있고, 강간범은 강간범대로, 살인과 폭력범은 그것대로 얼굴에 쓰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얼굴만 보고 이 친구는 사기 2년, 저 친구는 살인, 저 놈은 강간범 등을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사기꾼들도 1급에서 4급까지 분류해놓고 확인해보면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그렇다고 필자가 무슨 관상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시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존엄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태도는 지금도 여전히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얼굴에 책임지는 핵심적 요소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세상의 의(義)를 구하려거나 어렵고 힘든 이들을 보듬는 마음, 탐욕을 억제하고 자신을 닦아나가는 마음을 가져야 비로소 그 사람의 얼굴은 세상의 얼굴이 된다. 오늘 한번 당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모자라고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나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결의를 다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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