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 중국의 백두산 문화론

2006.10.20 16:10:10

2년전 중국쪽 등산로를 통해 백두산을 오르면서 천지에 다다르면 호연지기를 펼쳐보며 술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막상 올라보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웅장하고 신비한 경관에 압도되면서 숙연해진 마음은 한잔 술의 생각을 씻어버렸다. 천지는 왜 이렇게 푸르고 신비스러운 것인지….

1927년 육당(六堂) 최남선 선생이 지은 글을 보면 “저기서 단군이 나오셨겠다. 동명이 나오셨다. 저기서 역사의 구변국(九變國)이 나오셨겠다. 대륙의 3대 제국이 나오셨다. 조선을 받치고 있는 모든 기둥이 백두산이라 할진대 백두산의 지주는 천지요 조선의 기둥으로 만든 것은 이 천지이다. 조선의 하늘은 백두산이다. 백두산의 하늘됨은 실로 천지로 말미암아서이다”(줄인글)라고 적고 있다.

육당은 일제강점기 백두산을 잊고 있는 무관심은 불충이요, 배신이라며 백두산 천왕 앞에 일심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가르침에 따르자(歸命)는 백두산 탄덕문(嘆德文)을 남겼다. 중국은 지금 백두산 전체가 자기들 영토인양 선전하며 공항, 철도, 고속도로공사 등으로 불도저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등 관광개발 경제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도 육당 선생께서 지하에서 이 소리를 들으신다면 대단히 노하셨을 것이다.

1713년(숙종 39년) 백두산에 세운 경계비에는 “서쪽지류가 압록강이고 동쪽지류가 토문이 되니 분수령에 돌을 새겨 기록 한다”고 적혀 있다.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중심으로 반으로 나눠 경계를 삼는다고 했다. 그 당시(1712) 청나라 황제의 명에 의해 백두산 경계를 답사한 총관 목극동(木克東)은 조선 관리들에게 “백두산은 그대들 땅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수석 역관이던 김지남이 백두산 답사기 “북정록”에 적은 내용이다.

경계구획에 양국관리들이 다투거나 언쟁을 벌이는 일없이 강줄기가 정상에서 어디까지 어떻게 뻗어 나갔냐에 관심을 두었다. 백두산 부근의 경계 지도 두장을 만들어 조선과 청국이 나누어 가졌다. 중국 총관은 한국민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부하들을 단속하는 등 품위 있는 행동을 보였고 1백 여 명이 넘는 양국 관계자들은 말과 선박 등 운송편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적었다.

현대에 와서는 △1963년 북한과 중국의 비밀국경 협상이 있었으나 밝혀지지 않았으며, △1982년 중국은 동쪽 비류봉에게 남서쪽 마천우를 향해 일직선을 그어 국경으로 표시했다. 백두산 천지와 북쪽 절반 이상을 중국 영토로 책자에 표시했다. △1987년 두만강 지류 문제 협상결렬. 국경 문제에 중국은 우리쪽이 유리하면 당혹감을 드러내며 역사적 사실도 부정, 왜곡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명조 중기 이후 압록강과 두만강이 국경강이었다고 주장하나 1713년 경계비를 세울 때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강은 압록강과 토문강이다. 토문강을 중국이 두만강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네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당시 두만강을 국경강으로 삼은 적이 없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시행하면서 세계의 관심이 동북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압록강과 그 유역은 이미 중국과 주변국 간에 국경 분쟁의 초점이 되고 있다. 동북아는 과거 역사에 중국 한(漢)족이 장악하지 못했던 지역으로 오히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1천 여 년 지배했던 곳이다.
중국은 이곳에서 변강 문화, 백두산 문화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얼굴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진행과 함께 소위 백두산 문화론을 실천하는 단계이다. 백두산 문화의 속셈은 중국의 통일과 국경분쟁에 장애가 되는 것을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화민국것”으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북한은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면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직접 당사국이다. 선조께서 물려주신 문전옥답을 터무니없이 자기땅이라고 주장하며 파헤치는 것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북한은 이제 침묵하지만 말고 이 문제에 관한한 큰소리를 내어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소원했던 남북이 동포애를 느끼는 계기도 될 것이다. 한영달 /한국고전연구감정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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