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란 금언을 다시금 되새기자

2006.11.06 10:11:11

배유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최근 북한이 아주 절박한 경제여건에서도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등에 업고 6자회담의 복귀를 요구하며 각종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여론을 보아가며 북한제재조치 참여에 꾸물대거나 곤혹스런 행보를 계속하는 형세다.
이때 얼른 생각나는 용어가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금언이다. 참으로 돌아보면 우리 처지는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나라의 운명을 ‘미-일-중-러’ 등 4대 강국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울분이 치솟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상황이다.
우리의 적대국 북한 문제를 곰곰이 점검해 보자. 북한은 경제력이 어려운 처지에서 왜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을까? 단연코 체제 유지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승계체제를 유지하고 그들의 자녀에게 무리 없이 넘겨주기 위해서는 카리스마적인 힘이 필요하다.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절반에 못 미치는 2천3백만명 정도.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04년 기준으로 남한 1만4천1백62달러의 16분지 1인 914달러, 국민총소득은 2백8달러로 남한의 6천8백10달러의 3%에 불과하다. 1년 예산은 2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법에는 가스 원심분리법, 기체확산법, 레이저법 등이 있는데 북한은 가스 원심분리법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핵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설비와 운용비용까지 합치면 10억달러를 넘어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출혈을 하면서 핵실험을 불사하는 북한의 결사항전을 보면 온몸에 몸서리가 끼쳐온다. 바로 살기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핵개발의 말로는 정권 붕괴가 불가피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열강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불가피하게 불똥이 튀어 올 우리나라 신세가 안타깝다. 북한에서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쏘아대든 핵폭탄을 터뜨리거나 직간접으로 피해를 보는 나라와 국민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다. 6.25 전쟁의 뼈아픈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우리 현실이 걱정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가정해 보자. 역사적으로 공격적 성향을 보여 온 북한 정권은 김정일이 몰락한 뒤 강성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이나 일본이 호시탐탐 군침을 흘리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자본경제를 모르는 북한주민들의 생활방식이다.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북한 보다 비교적 잘 살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실정이다. 원유와 철강자원, 농산물 등 주요 자원들이 우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불가피한 자원들은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여 필요 분량을 채워야 하고 무역규모를 늘려야 한다. 우리 국민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애로 사항은 방위비 부분이다. 젊은이들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국토방위에 나서야 한다. 연간 국가총지출의 10%인 24조7천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은 한미방위비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2009∼2012년으로 합의했다. 물론 우리 땅에서 전쟁이 날 때 작전통제권을 우리가 집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주선을 띄우고 크루즈미사일을 개발해도 핵실험 규모와 장소를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 핵 문제 외에도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많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만주에서의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백두산 난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36년 일제강탈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독도해역 분쟁지역화를 꾀하고 있다. 국제자유무역(FTA)화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격랑이다. 우리나라가 수출 진흥에 노력하고 국제경쟁에서 살아가려면 미국과 중국의 개방 압력을 벗어날 수가 없다. 자동차와 반도체,전자제품을 팔기 위해 농산물 개방을 거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현실을 차분하고 냉정히 짚어갈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충분히 알고 우리를 명확히 알지 못하면 21세기를 살아 갈 수가 없다. 우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용기 있는 판단과 냉철한 결정을 해야 한다. 역사적 교훈으로 철저히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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