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지형을 새롭게 탐구하다

2006.12.01 10:12:12

건축을 통한, 이 시대와 이 땅에 대한 진정한 질문과 성찰의 결과로서, 새로운 태도와 제안은 있는가?” 건축가 민현식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지금 여기’의 건축과 건축가들을 사유해나간다.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는 이 사유의 기록이다. 저자는 성찰의 기록을 통해 우리 시대의 리얼리티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삶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질문한다.
건축의 담론과 시대적 의의
이 책에서 다룬 19가지의 한국 현대건축 작업과 건축가들의 작가 정신은, 획기적인 건축적 성취를 보여줌과 동시에 중요한 건축의 담론과 시대적 의의를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 작업에 대한 분석과 사유를 통해 다양성과 불확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건축계의 현재와 우리 시대를 진단하며, 나아가 보다 선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외세와 타의에 의해 정상적 근대화 과정을 이루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전쟁, 파시즘에 흐른 군사독재정권, 왜곡된 자본주의와 개발 논리, 그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와 역사성의 파괴, 배금주의의 과도한 욕망들과 전통적 가치관의 전도 등 어두운 한국 현대사의 족적을 고스란히 밟아온 한국 현대건축의 현실을 때때로 ‘뿌리를 통째로 뽑아 황량하기까지 하다’고 통탄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얻은 새로운 희망의 싹은 이미 건강한 변화와 실천을 이룩하고 있다.
전통적 생태사상에서 대안 찾아
저자의 건축 철학은 다원적 민주주의이자 휴머니즘이다. ‘공동성’, ‘다원적 민주주의’, ‘차이들’의 인정.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이러한 가치들은 공통적으로 중심과 위계, 종속의 관계를 벗어난 보다 자유롭고 열려 있는, 그래서 더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능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이 도입된 건축 나아가 사회는 전체보다는 부분이 존중받고 통일성보다는 차이가 가치 있게 여겨지며, 환경이 건축의 조건이 되어 창조의 이름으로 파괴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역사의 기억으로 보존되고, 거대담론보다는 사회와 건축의 일상이 더 가치를 발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건축 환경의 대안을 한국적 전통적 생태사상과 관계론에서 찾는 저자는 비움의 미학을 강조하기도 한다. 저자는 건축의 본원적 역할은 ‘인간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의 탐색이며,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지고의 가치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국의 전통적 생태사상과 관계론에서 찾고 있다. 이는 협소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만물이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서 이른바 ‘하늘이 사람(人)과 물체(物)를 끊임없이 낳는 이치’에 따라 생명의 율동이 구가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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