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색하다

2007.03.02 16:03:03

‘책 읽는 소리’와 ‘죽비소리’를 통해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소리’를 들려주었던 한문학자 정민 교수가 이제 옛글과 삶이 만나는 현장의 소리를 들려준다. ‘스승의 소리’는 가깝게는 가족에서부터 멀게는 몇 세기 전 옛사람의 이야기, 올해 열다섯이 된 둘째의 다섯 살 때 이야기부터 최근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산문집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
책 속에 나열된 10년간의 여러 이야기를 견고하게 묶어주고 넘나들게 해주는 것이 바로 옛사람과 옛글이다. 이 책은 77편의 이야기를 4부에 나누어 담았다. 1부 ‘옛글의 행간’에는 옛글을 읽다 만난 잊지 못할 풍경이 담겨 있다. 헐어 바스라지고 끝이 말려들어간 스승의 옥편, 사람과의 사귐, 인연, 유년의 풍경 등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사라져가는 것들, 기억하고 지키고 싶은 것들을 옛글에 행간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둔다.
저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게 향하는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돌아가신 스승에게 물려받은 옥편을 ‘한 장 한 장 다리미로 다려서 펴고 접착제로 붙이고 수선해서 책상맡에 곱게 모셔두’고는 ‘마음이 스산할 때마다 사전을 쓰다듬고 냄새 맡는’ 그 애틋함은 삶의 정수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2부 ‘세상 읽기, 삶 읽기’는 살아가면서 잠시 걸음을 멈춰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문명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행복은 왜 그에 비례하지 않는지, ‘동서남북’과 ‘전후좌우’를 혼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타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은 어떻게 넓혀야 하는지, 변화와 발전이 반드시 좋은 것이기만 한 것인지, 윗사람의 덕목은 무엇인지, ‘중간’은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묻고 답을 찾아나간다.
3부 ‘생활의 발견’은 생활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난 글들이다. 자식의 성장을 지켜보는 무모의 마음, 소소한 경험들에서 풀려나오는 사유,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실려 있다. 심상하게 흘려버릴 수도 있는 작은 이야기에 저자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다섯 살이던 둘째아이가 열다섯 ‘코밑이 거뭇거뭇한 장정’으로 훌쩍 자라는 동안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는 그 이야기들 속에서 따뜻함과 성찰이 깃든 시선을 읽어낼 수 있다.
4부 ‘책 읽기와 글 쓰기’는 선인들의 독서와 작문에 관한 글이다. 같은 책을 되풀이해 소리내서 읽는 ‘독서백편의자현’, 묻고 따지고 베껴 쓰는 ‘초서’, 대장부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의 ‘남아수독오거서’와, ‘구슬을 꿰는 독서법’으로 아들에게 깨우침을 주었던 정약용, ‘푹 젖는 독서’를 강조한 이덕수, 산사에 들어가 독서로 한겨울을 났던 옛선비 등등, 옛사람의 이야기와 그들의 독서법을 불러내어 독서와 작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세세하게 일러주고 있다.

아버지의 부엌
사하시 게이죠 지음/ 지향 펴냄/ 1만원
노년의 아버지가 홀로서기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투쟁기. 평생을 의지하며 살던 어머니가 사망하고 혼자 남은 노년의 친정아버지. 딸 넷가 아들 하나가 있긴 하지만 저마다 가정이 있고 생활이 있어 함께 살 수 없는 사연이 있는 상황에서 저자인 셋째딸은 아버지에게 군대식의 혹독한 홀로서기 특별훈련을 시킨다. 평생 가사일을 해본 적이 없는 늙은 아버지의 반발을 달래가며 딸은 밥짓기, 빨래하기 등을 가르치고 아버지는 홀로서기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 선다.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절박한 과제가 된 노인의 홀로서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에세이로 ‘일본 에세이트 클럽’ 상을 수상했다.
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 현직 기자 23명/ 호미 펴냄/ 1만원
삼성 관련 기사를 발행 편집인의 일방적 삭제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가 8개월째로 접어든 시점에서 거리로 내쫓긴 시사저널 기자들이 단행본을 펴냈다. 사태 이후 각종 매체에 릴레이 기고를 이어가며 후배 기자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전직 기자와 편집장들도 이 책에 원고를 보탰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시사저널의 추억, 시사저널 사람들, 기자로 산다는 것. 부록으로 독자들의 메시지를 모았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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