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다시봐도 밑진장사

2007.04.19 10:04:04

노무현 대통령이 마침내 루비콘강을 건넜다. 카이사르는 로마제국의 길을 열었지만 노대통령은 경제대국인 미국산의 경제고속도로를 열어줬다. 원문이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장밋빛 그림만 요란하다.
과연 그럴까? 서로 문을 열었으니 상호이익으로 나타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IMF 결산서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한국정부와 이코노미스트, 경제단체와 주요 언론들은 IMF 프로그램을 이행하면 한국경제는 선진화되고 경쟁력이 강화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선전했는데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가장 타격이 컸던 금융산업을 보자.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통폐합되어 몇 개의 거대은행이 출현했지만, 그 규모화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여 한국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는가? 전혀 아니다. 국민, 우리 등 주요은행들은 글로벌한 세계금융시장에 나가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선진국 금융회사와 경쟁하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국민 삶 옥죄며 ‘선진’ 호들갑
물론 한국기업도 세계시장에 나아가야 한다. 한국시장의 울타리에 안주해선 안된다. 한국경제의 정비와 경쟁력 강화는 시급하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미국기업에 시장을 열어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10년 동안 10만명의 실업자가 생기고 일부 손실만 발생할까? 아니다. 실업자가 발생하는 것은 기업과 농민들이 망하기 때문이며 지속적으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그게 저절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북간 경협을 확대해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야 섬유와 화학도 기회가 있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개방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에 기회는 오지 않는다. 부품소재산업에 미국시장이 아무리 열려 있어도 현재의 한국산 제품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고 미국산 부품소재산업이 한국시장에 접근할 기회만 뻥 뚫려 있다. 의약품시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황금시장이 된 한국시장에서 더 포식할 기회가 주어진 반면 국민들은 터무니없는 약값에 한숨지을 일만 남았다. 미국시장은 규모나 조건에서 세계 최고이지만, 한국제품이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중국제품에 밀려 10여개 품목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한·미 FTA에 도장을 찍고 나서 경쟁력 강화대책이나 피해대책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1년4개월의 협상기간 동안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이제 와서 경쟁력 강화를 떠드는가. 정부당국은 진작에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대책과 부품소재 산업육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약산업의 규모화와 약가정책 개혁, 농업의 구조개편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어야 했다. 그 시점에서 미국과 FTA를 했어야 비로소 미국과 주고받는 협상이 가능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의 성과에 집착해 졸속 타결한 한·미 FTA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무너뜨릴 악재가 너무 많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다시 협상을 하도록 정부에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당국자가 재협상은 없다는 반국민적 언사를 일삼을 자격은 없다. 국민이 임명한 공직자 아닌가. 노무현정부는 재협상 없이 국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수십조 원의 국민 혈세를 퍼부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수십만 명의 일자리와 연간 수십조원 의 손실을 초래할 노무현정부의 한·미 FTA 협상안에 대한 비준을 미루고 재협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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