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 가능한 정치풍토 정착돼야

2007.05.18 12:05:05

최근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문제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안희정 씨라는 사적 측근 인사를 동원해 큰 논란이 됐다. 통일부나 외교통상부 등 공적 조직이 있음에도 마치 007 작전을 연상하게 하듯 사적 채널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남북회담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큰 사고도 없었기에 통치 행위 정도로 우물우물 넘어갔다.
정치권의 이런 깜짝쇼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5년 맺은 한일협정이 7차례에 걸친 회담 끝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독도 문제 등 아직도 여진이 남아 있다. 2000년 6월에 열린 김대중-김정일 사이의 남북정상회담도 비슷한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 등을 합의했고 빠른 시일 안에 실무회담과 김정일의 서울방문 등을 결정했지만 7년이 흐른 지금에도 후속조치가 시원스럽지 않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도 마찬가지다. 실무협정이 끝났지만 국회비준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고 재협상 등 진통이 예상된다. 서민들은 앉아서 당하는 것이지만 괘씸할 때가 많다. 교육부 등 12개 부처와 74개 공공기관이 충남 공주-장기지역으로 옮기게 될 행정수도 복합 도시도 큰 문제다. 충남 계룡시 사례에서 보듯 부처 근무자들만 재임 중에 잠시 머물고 가족들은 수도권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서울이 지나치게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하는 위성도시 문제도 심각하다. 사례를 들어 서울 서북쪽에는 일산 신도시에 이어 파주가 분당 수준의 대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일산 신도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강변도로는 벌써 체증되어 몸살을 앓고 있다. 통일로는 연신내∼독립문 구간이 지금도 복잡하다.
구파발 일대의 은평타운 조성과 삼송리-지축 일대의 개발이 겹쳐지면 러시아워 시간에는 거의 아비규환 현상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도대체 대도시 개발 계획이 단순한 ‘모의실험(시뮬레이션)’도 안 거치고 그토록 졸속으로 강행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예측 가능한 행정을 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라는 뚜렷한 대통령 후보 2명이 부각되어 선두다툼이 치열하다. 이-박 후보는 본인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공개되어 검증되고 있다. 그런데 여권 후보는 오리무중이다. 양당체제에서 여권 후보의 향배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 마치 대권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처럼 짐짓 태연한 자세를 지키고 있다. 물론 어렴풋이 짐작은 간다. 현재 거론되는 정동영-김근태-천정배-이해찬-한명숙 외에 정운찬-손학규 등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기에는 이해찬-유시민 등이 으뜸이다.
물론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다음 적절히 대적할만한 후보를 골라 조직적으로 지원해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뚜렷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발상은 아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은 21세기 우리나라 운명을 좌우한다. 헌법을 개정해야하고 수출을 진흥하며 국민경제를 진작시켜야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경고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과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주저앉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석유-철광석-석탄-곡물 등 주요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사와야 한다. 국방비-교육비 등 고정비 부담도 크다. 자동차-전자-반도체-조선-섬유 등 몇몇 산업에만 의지하는 경제구조도 큰 문제다. 국가지도자는 높은 땅값과 인건비, 노사분규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자유개방 물결에 걸림돌이 되는 농산물 개방은 큰 애로사항이다.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선봉장이 차기 대통령이다. 정말 앞날이 예측 가능하도록 충분한 토론과 검증이 이루어지는 2007 대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사뉴스 webmaster@sisa-news.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