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살인사건 (제11회)

2007.06.05 21:06:06

유여사는 그 당시가 생각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방용철은 퍼뜩하면 찾아와서 경미를 괴롭혔다는 얘기였다.
“생긴 건 곱상하게 생긴 녀석이 위압적으로 나오니까, 경미가 겁을 잔뜩 집어... 먹은 건 뻔하잖은가?”
“그렇군요.”
“그 녀석이 무서워서 경미는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네.”
“그런데 그 자가 또 집에도 나타났습니까?”
“어떻게 집을 알아냈는지 녀석은 밤이면 밤마다 찾아오는 거야. 난 도무지 동네가 챙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네. 난 경미하고 결혼해야겠습니다. 경미가 끝내 고집을 피우면 재미없을 거예요. 남자 맘을 이렇게 짓밟는다면 나도 생각이 있단 말입니다, 하고 말하곤 했지. 그러면서 경미를 죽이겠다고 늘 벼르곤 했네.”
- 죽여버리겠습니다. 죽여서라도 경미를 내 아내로 만들 테니 두고 보시라구요! -
이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경미에게 그런 청년이 있었다면 지금 와서 그녀를 납치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지금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모르십니까?”
“모르네.”
“그 사람 행방을 알 만한 사람이 없을까요?”
“아, 있기야 있지. 경미 친구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경미 친구 누구 말입니까?”
“거 영숙이라고 있잖아? 명동성당 앞에서 꽃가게 하는 아이.”
“알겠습니다.”
이튿날 지욱과 우형빈은 다시 오영숙의 꽃가게를 찾아갔다. 오영숙은 두 사람을 근처의 찻집으로 데리고 갔다.
“정말 이상하네요. 요즘 갑자기 저희 가겔 자주 오시구요?”
영숙은 커피를 시키고 나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성모병원에 문병이 있어서죠. 하나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그렇군요. 어서 드세요. 우선생님.”
“네.”
우형빈은 찻잔을 들었다. 꽃가게에서 서로 인사했기 때문에 영숙은 우형빈을 알고 있었다.
“참 영숙씨, 혹시 방용철이란 친구 아십니까?”
지욱은 불시에 그렇게 물었다.
“네? 방용철씨요?”
순간 영숙은 얼굴이 흐려졌다. 몹시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걸 왜 물으시죠?”
“뭐 이상해하실 건 없습니다. 아내가 언젠가 얘기하더라구요.”
“어머머, 경미가 그 얘길 해요?”
“그럼요.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
지욱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어머나, 경미 다시 봐야겠네요. 그런 얘길 다 하다니.”
“영숙씨도 결혼해 보시면 이해가 갈 겁니다. 하하.”
우형빈이 맞장구를 치자 영숙은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혹시 그 친구 있는 델 아십니까?”
“그건 또 왜 물으세요? 지나간 일 가지고 왈가왈부하실려구요? 정말 남자들 심정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영숙은 곱게 눈을 흘겼다.
“남자들 심정이 아닙니다. 그 친구 요즘도 가끔 협박전화를 해오니까 문제가 아닙니까?”
우형빈이 또 거들었다.
“어머, 그래요?”
영숙의 눈이 커졌다.
“그래서 그 친구 있는 델 찾아내서 혼을 좀 내주려는 겁니다.”
“난 그 분이 이젠 경밀 잊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로군요?”
“있는 델 아십니까, 영숙씨?”
“요즘 소문 들으니까, 어느 회사에 취직을 했다던데...”
“취직을요?”
지욱과 우형빈이 동시에 물었다.
“네, 회사에요. 그것도 아주 큰.”
영숙이 힘있게 확신하듯 말했다.
“어느 회삽니까?”
“우일산업이라던가요. 어머, 그러구 보니까 김선생님 회사 방계회사 아니예요?”
오영숙은 그제야 느꼈다는 듯이 화들짝 놀랐다.
방용철. 그가 지욱의 부친이 경영하는 우일그룹의 방계회사인 우일산업에 근무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며칠 전 우일산업의 백낙원 사장이 우이동 그의 자택에서 살해됐다. 그리고 경미를 못살게 따라다니던 방용철이란 청년이 그 회사에 취직해서 다니고 있다면, 이건 우연의 일치일까?
지욱과 우형빈은 똑같이 놀라고 있었다.
의외의 인물들
얼마후 두 사람은 우일그룹 본사 회장시에 앉아있었다. 물론 지욱이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김상칠 회장에게 보고하고 난 후였다. 방용철이라는 불량청년이 우일그룹의 자회사인 우일산업의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김회장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회장실의 인터폰이 울렸다.
“회장님, 우일산업 박전무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내게.”
김상필 회장은 인터폰을 끄고 두 사람을 돌아봤다.
“박전무가 왔다는구나.”
“아 그분, 백낙원 사장과는 각별한 사이였다죠?”
“그렇지, 러닝 메이트라고나 할까. 박전무가 우일산업을 이끌어야 될 것 같다.”
“그렇군요.”
지욱은 박동권 전무를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다. 아무리 우일 그룹의 종합조정실장이지만 전 임직원을 다 파악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지욱은 미국에서 돌아온지 일년밖에 되지 않았다. 요즘 급속히 팽창하여 우일그룹의 중역직만 해도 100명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일일이 알 수는 없었다.
백낙원 사장이 비명에 갔으므로 그 사장 자리를 박동권 전무가 승진해서 앉을 모양이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리고 훤칠한 키에 윤곽이 뚜렷한 박동권 전무가 들어섰다.
“손님이 계셨군요.”
박전무가 회장실에 낯선 우형빈이 앉아 있는 걸 보고 약간 주춤했다.
“아니야, 김실장의 친구니까 어서 들어오게.”
“실례합니다.”
박동권은 자기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회장의 아들과 친구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어서 오십시오. 참 인사하지. 제 친굽니다.”
지욱이 말하자 우형빈이 일어서서 인사했다.
“첨 뵙겠습니다. 우형빈이라고 합니다.”
“아, 네... 박동권입니다.”
박전무는 다시 우형빈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김회장 앞이라 몸가짐에 몹시 조심하고 있었다.
“박전무를 찾은 건 다름이 아니라... 지금 방용철이란 총무과 직원 때문에 물어 볼 게 있어서...”
“아, 네...”
김회장은 앞에 놓인 사원 신상용 파일을 뒤졌다. 김회장 곁에는 우일그룹 본사, 우일산업, 우일전자, 우일건설, 우일통상, 우일스포츠, 우일운수, 우일개발, 우일레져 등 방계회사별로 사원들의 신상카드 파일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 파일만 뒤지면 거의 7천명에 달하는 사원의 이력과 신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방용철이지?”
“그렇습니다.”
우일산업 총무과 직원 방용철의 사진과 그의 신상명세가 한 장의 카드에 부끄럼없이 드러나 있었다.
“이 사람 입사 어떻게 했나?”
“며칠 전에 돌아가신 백낙원 사장님의 추천으로 입사했습니다.”
“뭐야?”
<계 속>
시사뉴스 webmaster@sisa-news.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