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블루 브레인

2007.07.27 11:07:07

[문제]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미래에는 인간의 사고와 유사한 수준의 지능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능로봇이 출현함에 따라 파생될 문제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1,200±100자)

뇌 (brain)는 우리 몸을 지배하는 사령탑이자 마음의 집이다. 그러나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인 신비로운 뇌를 탐구하는 인류의 여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뇌가 정보 처리를 수행하는 기본 단위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세포들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세계 인구의 수십 배에 이르는 1,000 억 개의 뉴런이 빽빽하게 들어있다.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는 동안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영역의 수많은 뉴런들이 자극에 대해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활성화된다. 뉴런은 세포내 정교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전기 신호를 만들고, 거미줄 같은 상호 연결망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정보를 교환한다. 뇌의 감각, 사고, 학습과 기억의 기저에는 복잡한 뉴런 네트워크 상에서의 변화무쌍한 신호의 생성과 전달 활동이 자리한다.
수학자 앨런 튜링의 뇌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그 대신 인류 역사상 최대의 발명품중 하나인 컴퓨터를 낳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기가와 테라를 넘어 페타 (1억의 천만 배) 라는 놀라운 연산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10만년의 인류문명 역사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인 컴퓨터의 도움으로 이제 뇌의 기본 단위인 뉴런, 뇌의 영역, 궁극적으로는 뇌 전체를 모방하는 도약이 가능해지고 있다.
2005년 7월 1일 스위스 로잔공대의 뇌정신연구소와 세계 굴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은 ‘블루브레인’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출범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IBM이 개발한 블루진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계산 능력을 활용하여 포유류의 뇌를 생물학적으로 매우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고,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지능의 발현에 연관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IBM은 당대 최고의 체스 제왕이었던 개리 카스파로브와 경쟁하기 위하여 ‘딥블루’ 라는 슈퍼컴퓨터를 처음 만들었다. 1997년 5월 ‘딥블루’는 세기의 체스 경기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였고, 이 뜻밖의 결과는 전통적인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에 큰 도전을 안겨 주었다. ‘딥블루’는 전통적인 컴퓨터 과학의 방법론을 조합하여 초당 2억 회라는 엄청난 속도로 모든 가능한 경우수를 단순한 논리로서 따져냈다. 일견 무식해 보이는 접근에도 불구하고, ‘딥블루’는 체스와 같은 지능 게임에서 인간을 처음으로 이긴 컴퓨터로서 지능의 본질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그러나 자연과 사회의 실세계의 문제는 더욱 복잡하여 ‘딥블루’와 같이 단순한 논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선형적 지능’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세상은 복잡하고 모호한 모습으로 다가오며,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학습하고 적응하여야 하며, 그리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창의적 접근을 수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선형적 지능’을 뛰어 넘어 뇌의 다양한 단계간의 상호작용에 기초하여 뇌와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지능의 도약이 필요하다.
원자들의 모임인 분자는 그 구성 요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인다. 뉴런들의 모임인 뇌의 경우에도 마치 ‘전기적 분자’와 같이 고급인지 및 사고에 있어 새로운 도약이 일어난다. ‘블루브레인’은 질적 수준의 지능 도약을 이루기 위하여 뇌와 같은 방식으로 생물학적인 뇌의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블루브레인‘은 세포 수준에서 정확한 뉴런을 10만 개 정도 모은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는 이미 ‘캘리포니아 바다민달팽이’ 보다 5배나 많은 수이다. 앞으로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100만 배 더 증가하게 되면 인간의 두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파워를 갖게 된다.
뇌는 21세기 인류의 최대의 화두이자 과학기술의 마지막 미개척지이다. 뇌 연구는 근본적으로 IT, BT, NT 등 신기술이 융합되는 다 학문간 분야로서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미래 산업 창출 등 경제ㆍ사회ㆍ문화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연구기반이 취약하지만,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한 이래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한 투자와 함께 향후 10년간의 뇌연구촉진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블루브레인’이 진화하여 언젠가 인간의 두뇌를 닮은 컴퓨터가 태어날 것인가? 가까운 시일에 인간 수준의 지능로봇이 출현하고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이 극복될 것인가? ‘작은 우주‘ 뇌의 무한한 신비를 탐구하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함께 풀어내야할 숙제이다. -김승환(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학생 답안1]
지능로봇은 인간과 유사하게 독자적으로 사고하여 판단을 내리고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의미한다. 이들은 단순히 기계라고 할 수 없으며, 이는 인간과 로봇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여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온다. 또, 이러한 로봇은 자신의 의사가 있으므로 더 이상 인간의 지배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의 뇌를 대체할 경우,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며 인간의 일부분을 임의로 바꿔 생명을 연장시키는 행위는 생명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사고과정을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인간의 뇌는 점점 퇴화하고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
[학생 답안2]
단순한 논리의 조합체였던 기계들이 점점 뇌와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 기능을 기계가 똑같이 실행한다고 할 때, 인간은 굳이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이 경우는 산업 혁명 때 기계 발명으로 인한 노동력 절감과는 또 다르다. 앞의 경우는 육체적인 노동력의 투입이 감소되는 반면에 ‘블루 컴퓨터’의 경우는 지적 생산력에 연관된 문제이다.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지적 생산력의 필요는 점점 커져가는데 그것을 기계에 의존하기 시작한다면 극단적인 경우 기계가 인간을 지배해버리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학생 답안3]
‘인간은 옛부터 작은 우주라 불리울 만큼 오묘하고 복잡한 조합의 결정체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우리 주위에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 즉 뇌 조차도 모방하려 하고있다. 인간 수준의 뇌와 지능을 지닌 로봇이 출현한다면 그들은 인간들의 범죄를 모방함은 물론 더욱 발전하여 인간들을 지배하려 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이 경시되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학습하고 적응하여 진화하는 인간이 아닌 인조적인 인간 지능을 가진 로봇은 결국엔 인간을 파괴하려 할 것이고, 멸망하게 할 것이다.
[학생 답안4]
인간의 뇌는 미세하고도 정교한 수많은 뉴런으로 이루어져있어 복잡한 연산과 인간의 몸을 지배하는 신비로운 기관이다. 현재의 과학시술은 이러한 신비로운 뇌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과학기술이 더 발전 한다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로봇을 만든다면 힘든일에 그러한 로봇등을 투입해 인간의 실행할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로봇들의 탄생은 인간의 존엄성을 헤칠 뿐아니라 영화‘매트릭스’와 같이 오히려 로봇들에 의해 인간이p 지배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지능에 필적하는 로봇의 등장은 장점도 있겠지만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총평]
첫 번째 답안에서는 지능로봇 출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 가치관 및 자아정체성의 혼란, 생명의 존엄성 훼손, 로봇의 지배 등을 들고 있습니다. 지능로봇의 개념을 간단하지만 적절히 설명하였으며, 이처럼 인간과 유사한 기계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도 적절히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 답안에서는 산업혁명 때 기계의 발명이 인간의 노동력을 급속히 대체했던 것과 달리 새로이 나타날 지능로봇은 인간의 사고기능까지도 대신하게 되고 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데카르트는 인간은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존재로 이로써 동물과 구별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기계가 갖게 된다면 인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동물이나 기계를 지배하던 지배자의 위치에서 기계와 대등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게 된다. 짧은 글 안에 압축하여 이러한 사고 과정을 담음으로써 이 답안은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 번째 답안의 첫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은 논제의 요구사항과 관계 없는 문장이다. 한 단락 내에서 핵심만을 언급하면 되므로 이와 같은 도입부는 불필요하다. '범죄를 모방하는 것'과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범주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이를 대등하게 연결하는 것은 어색하다. 마무리 부분은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한 단락 서술이므로 논의들 재차 되풀이하는 것은 지면의 낭비다.
네 번째 답안은 논제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답안이다. 논제에서는 '문제점'만 한 단락으로 제시하라고 했는데, 이 답안에서는 절반 정도를 분량을 문제점과는 관련 없는 내용으로 채움으로써 지면을 낭비하고 말았다. 그럼으로써 주장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서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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