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살인사건 (제14회)

2007.07.27 11:07:07

지욱은 어의가 없었다. 그들이 나가는 걸 멀거니 보고 있자니 밖에서 우형빈이 들어왔다.
“아니 저 친구, 왜 수사과 형사에게 끌려가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저 자는 백낙원 사장 살인의 용의자로 연행된 모양이야.”
“그럼 어떡허지?”
“다녀올게.”
우형빈은 부리나케 살롱을 나갔다. 그는 시경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방용철과 그를 연행해간 수사과의 마형사와 장형사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이근우 계장에게 물어도 모른다며 시치미를 떼었다. 아마 근처의 여관에서 방용철을 심문하는 모양이다.
이튿날이 되어서야 우형빈은 시경 별관에 있는 밀실에서 마형사를 찾아냈다.
“마형사!”
“아이구, 우주임님 웬일이십니까? 이런 델 다 오시구요.”
“왜, 난 여기 못 오나?”
“못 오시긴요. 난 우주임님이 나타나면 겁이 나던데요.”
마형사는 또 의뭉을 떨었다.
“그 친굴 내놔.”
“그 친구라뇨?”
“이거 왜 이러는 거야? 백사장 사건 용의자 말이야.”
“아니, 그건 주임님 소관이 아닐 텐데요?”
“글세, 내놔. 소관이 따로 있어? 지금 방용철이 어딨어?”
“저쪽 방에 있습니다. 들어가 보세요.”
마형사는 한쪽을 가리켰다. 우형빈은 성난 사람처럼 그 방으로 들어갔다. 컴컴한 방안에 방용철이 누워 있었다. 밤새도록 마형사한테 시달렸던 모양이다. 눈이 벌개져 있었다.
“당신이 방용철이오?”
“그렇습니다.”
“소문대로 험악하군.”
“이거 왜 생사람 잡아다 놓고 이러십니까? 내가 백사장을 죽일 이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분은 내 은인이라구요. 나도 이젠 마음잡고 일 좀 해 보려는데 왜들 이러십니까?”
“지난 16일 6시에서 8시 사이에 당신 어디 있었어요?”
“백사장이 살대된 건 10일 아닙니까? 왜 뚱딴지같이 16일을 묻는 겁니까?”
“당신 10일엔 알리바이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누가 그럽디까? 난 그 시간에 하숙방에 뒹굴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걸 증명할 사람이 없다던데? 당신 하숙방은 뚝 떨어진 한쪽에 있어서 당신이 슬그머니 나와서 담을 뛰어 넘더라도 주인이 알 수가 없다더군.”
“상상도 자유입니다. 난 죽어도 그 시간엔 하숙방에 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 16일엔 어디 있었어? 물론 명동에 있었겠지?”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방용철은 급소를 맞은 짐승처럼 후딱 우형빈을 쳐다봤다.
“당신 경미 알지? 나경미 말이야.”
“아, 알죠.”
의외로 순순히 나왔다.
“당신 16일 6시에서 8시 사이에 나경미를 만났다면서?”
“허, 귀신같군요.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다 알고 있으니까. 그때 상황을 얘기해 보라구.”
“그걸 얘기하면 난 풀려 나갑니까?”
“당신이 죄가 없으면 풀려 나가는 거야. 당연하잖아?”
“좋습니다. 얘기하죠.”
우형빈은 담배를 권했다. 방용철은 깊숙이 연기를 빨아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날 회사에서 퇴근해서 명동 단골집에서 한 잔 걸칠 생각으로 명동성당 앞을 걸어왔습니다.”
방용철은 먼 곳을 쳐다보며 그때의 광경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날씬한 나경미가 명동 쪽에서 성당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실로 오랜만의 해후였다. 경미도 방용철을 발견하고 딱 멈춰 섰다.
“이거 몇 년 만이지? 경미 더 예뻐졌군.”
“나 바빠요.”
경미는 방용철을 피해서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방용철은 경미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보라구. 아무리 개밥에 도토리지만 오랜만에 만난 애인보고 너무하잖아?”
“말 조심하세요.”
나경미는 몹시 냉담했다.
“하긴 우일재벌 며느리가 됐으니 나 같은 거야 눈에 보이지 않겠지.”
경미가 냉랭하면 냉랭해질수록 방용철은 심술이 났다.
“이거 놓으세요.”
경미는 팔을 뿌리쳤다.
“난 바쁘다구요.”
“바쁘긴 뭐가 바빠? 옷이나 찾아가지고 넘어온 걸 보니까 그렇게 바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디 가서 차나 한 잔 하고 헤어지지 그래.”
“차 마실 시간 없어요.”
“정말 이럴테야? 난 인격을 무시당하곤 못참는 성미야. 우일재벌 김회장한테 찾아가 ‘나경미는 내 애인이었소.’하고 인살 드릴까?”
그 말에 나경미는 새파랗게 질렸다.
“좋아요. 딱 10분만이에요.”
경미는 순순히 찻집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렇게 차 한잔씩을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방용철은 담뱃불을 비벼 껐다.
“정말인가?”
“제가 거짓말을 할 리가 있습니까?”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나경미를 만나서 차를 마시자고 한 것까진 사실 그대로야. 그런데 그 뒤가 틀려.”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방용철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우형빈을 흘겨봤다.
“난 지금 당신 하숙집에 다녀오는 길이야.”
“뭐요?”
“왜 놀라지?”
“놀라긴요. 제 하숙집에 다녀오신 게 뭐 어떻다는 겁니까?”
“나경밀 어디다 뒀나? 바른대로 말해.”
“네?”
방용철은 그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나경미의 행방을 묻고 있는 거야.”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내가 알게 뭡니까? 그건 우일그룹 회장댁에 가서 물어 보십시오.”
“그날 당신 성당 앞에서 나경미를 만나 차를 마신 후 당신 하숙집으로 끌고 갔잖아?”
“그래서요?”
“하숙집 아주머니 증언인데, 그날 밤 7시경 당신은 웬 여잘 데리고 들어왔다고 했어. 그게 나경미였는데도 시치미를 뗄 셈이야?”
방용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허공을 보고 있었다. 별로 동요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왜 대답을 못하지?”
“경민 순순히 내 하숙집까지 따라왔었습니다.”
방용철은 고백하기 시작했다.
방용철의 말은 이랬다.
나경미와 차를 마시고 좀 더 협박해서 그의 하숙집인 필동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그때 시간이 7시경,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 오고 있었다. 여름이라 해지는 시각이 늦었던 것이다.
“들어와, 난 이렇게 산다구.”
방용철이 하숙방을 문을 열고 경미를 돌아다 봤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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