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살인사건 (제15회)

2007.08.17 16:08:08

“왜? 거지같은 방이라서 들어오기 싫다 이거지? 하긴 좋은 데 시집갔으니 무리도 아니겠지만 고집피우지 말고 잠깐 들어와.”
“싫어요.”
“정말 이럴 거야.”
방용철은 나경미의 손을 와락 끌어당겼다. 경미는 그때 완강히 버티면서 한사코 방에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여기서 얘기하세요.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에요.”
“그래? 아주 현숙한 부인이군 그래.”
“용건이 뭐죠?”
“이것 봐. 너무 재지 말라구. 나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일산업 총무과에 버젓이 취직이 됐단 말이야.”
“뭐라구요?”
경미는 몹시도 놀랐다.
“왜 의심이 되나? 나라고 그런 일류회사에 취직 못하란 법 있어?”
방용철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우일산업의 사원증을 펴서 경미의 눈 앞에 들이댔다.
“자 보라구. 우일산업 주식회사 사장 백낙원. 백낙원 사장은 경미를 중매해 준 장본인이라며? 하하하.”
“용케도 파고들었군요.”
“나라고 출세못하란 법 있나? 난 우일그룹에 파고들어서 철저히 복수를 하고 말거야. 가진자가 내 애인을 뺏어갔으니 말이야.”
“비겁한 사람.”
경미는 하숙집을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뒤로 방용철의 웃음이 길게 꼬리를 물었다.
“그뿐입니다. 경민 도망친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간 겁니다.”
방용철은 순한 눈으로 우형빈을 쳐다봤다.
“돌아오지 않았으니 하는 말 아닌가?”
“예?”
“나경미는 그날부터 행방불명이야. 나경미를 마지막 본 것은 방용철 당신이거든.”
“뭐라구요?”
방용철은 질겁을 할 듯이 놀라고 있었다. 그의 놀람은 웬지 꾸밈새가 없었다. 그렇다면 방용철의 말은 진실인가? 아니면 태연을 가장한 속임수인가? 우형빈은 다그치기 시작했다.
“당신 나경밀 어디 숨겼어?”
“숨기다뇨? 난 그런 일 없습니다.”
“그럼 왜 하숙방까지 남의 부인을 데리고 갔지?”
“그. 그건 경미를 너무 오래간만에 만났고... 내가 얼마나 경미를 사랑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그리고 경미는 도망친 겁니다.”
“거짓말이야. 입증할만한 증거를 대게. 하숙집 아주머니는 나경미가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어. 자넨 경미를 납치해다 어딘가에 숨긴 거야.”
“웃기지 마십시오. 내가 경미를 숨기다니 어디다 숨긴단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잖아?”
“가능성만 가지고 사람을 몰아세우다니 말이 됩니까?”
“자넨 평소에 경밀 죽이겠다고 협박했어.”
“협박은 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럼 좋아. 자넨 백낙원 사장을 어떻게 알았지?”
“사람이 사람을 아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됩니까?”
“백사장을 협박한 게 자네 아니야?”
“아니,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자네 서정숙이란 여자 알지?”
“서정... 뭐요? 그런 여잘 알게 뭡니까?”
“그럼 왜 양장점 디쉐네를 찾아가 안을 들여다 봤지?”
“디쉐네기 어딥니까?”
“어제 자넨 회사에서 나와 명동으로 넘어왔잖나? 그리고 디쉐네 앞에서 한참 동안 안을 들여다 봤잖아?”
“아, 그거요. 그 양장점 옷이 하도 멋있길래 경미한테 입혀 보면 어떨끼 하고 보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서 아무개라는 여자는 모릅니다.”
방용철과의 입씨름은 계속됐다.

미궁을 찾아서
그때 수사과 형사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우주임님, 이제 저희들한테 맡기십시오. 방용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마형사가 씩 웃으며 우형빈에게 다가왔다.
“새로운 사실이라니?”
방용철도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백낙원 사장이 살해당하던 날 이 친구가 우이동 백사장댁을 찾아 갔었거든요.”
“그래?”
우형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용철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게 변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느냐 하는 의문부가 그의 표정에 역력했다.
우형빈이 물러서고 마형사가 방용철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당신 그날 백사장댁엔 왜 갔었어?”
방용철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니까 지난 10일 5시경에 당신 백사장댁 앞으로 걸어가지 않았어?”
“누가 그럽디까?”
“누가 그러건 그 시간에 당신을 본 사람이 있어. 대면시켜 줄까?”
“거긴 갔었습니다.”
“왜 갔어. 퇴근시간도 아닐 텐데 회살 몰래 빠져나와서 왜 백사장 댁에 갔었어?”
장형사도 다그쳤다. 방용철은 두 형사를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재떨이에서 담배꽁초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장형사가 라이터를 켜 댔다.
“그걸 꼭 얘기해야 되겠습니까?”
“어서 얘기해!”
방용철은 꽁초를 빨았다.
“사실은 백사장댁의 가정부는 제 누님입니다.”
“뭐야?”
마형사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서렸다. 우형빈도 의외란 듯이 방용철을 바라봤다.
“그날 난 누님을 만난 거구요. 돈 20만원을 받은 즉시 누님과 헤어졌습니다.”
“20만원?”
“갑자기 돈이 좀 필요했고, 누님한테 전화로 그걸 부탁했습니다. 사실 난 매달 누님한테 얼마씩 원조를 받고 있었습니다.”
“백사장댁 가정부 방은미가 친누나란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누님을 통해서 우일산업에 취직을 했구먼.”
“그렇습니다.”
백사장댁 가정부 방은미가 수사과에 불려왔다.
“방용철이가 친동생이라면서요?”
“... 그래요.”
“당신이 남동생의 취직을 사장님께 부탁했나요?”
“그렇습니다. 동생이 대학을 중퇴하고 사람구실을 못하길래 생각다 못해 사장님께 부탁을 했습니다.”
“그날 몇 시경에 남동생을 만났습니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하기 전이니까 오후 5시쯤 우이동 크라운 제과점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건 몇 시쯤입니까?”
“5시 30분쯤일 거예요.”
“동생은 바로 돌아갔나요?”
“네.”
“동생이 당신과 헤어진 뒤 백사장댁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용철이가 왜 찾아와요?”
“그날 백사장은 분명히 가운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렇죠?”
“네. 그래요.”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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