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와 약값의 3가지 진실

2007.08.17 17:08:08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밀어부친 의약분업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폐해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것이다. 대표적인 폐해는 약제비 폭증이다. 외국에서 15% 내외인 약제비중이 한국에서 28% 이상이 되었다.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다음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의료의 상업화이다. 연구실과 대학병원의 환자치료에 전념하던 교수들까지 돈 잘 버는 개업의 길로 광풍처럼 몰려들었다. 대학병원들도 경쟁적으로 병상수를 늘리고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온갖 수단이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필요한 검사와 장기간 입원, 과잉수술이 넘쳐나는데도 보건행정은 뒤따라가기도 바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약값의 문제부터 보자. 현재 건강보험재정에서 인정된 약의 종류는 무려 2만1천 종류가 된다. 한 질병치료에 수십 가지의 약이 등록돼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약효의 차이도 있다. 신약과 복제약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약은 보통 신약(오리지날)과 복제약(카피)으로 구분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제약사, 또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등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특허기간을 기준으로 후자는 제조국가, 또는 의사처방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약제비 폭증의 주범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신약처방을 의사들이 선호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거기에다 백혈병 환자들이 쓰는 글리백의 경우 미국에서 1만2천원에 판매되는 것이 한국에서 2만7천원이다. 국민소득이 2~3배 높은 선진7개국+1의 나라약값의 평균가격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봉’노릇을 자초했던 것이다. 필자가 재직 당시에 국제제약시장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세계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장가격을 조사해봤더니 자기들 나라에서 유사신약이 나오면 인하조치를 취했으면서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신약발매 당시의 고가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정부는 한 번도 세계시장을 조사해서 인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근에 80% 수준에서 신약의 가격을 정하기로 했지만 국민소득이 그들의 절반이므로 50~60% 수준으로 일괄적으로 인하하여야 한다.
둘째의 주범은 특허기간이 만료된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로얄티를 지불하고 특허만료부터 복제약을 생산하는 한국제약사의 복제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신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복제약도 비싼 로dif티를 지불하는 등 고가약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소 비싸더라도 신약개발에 자금이 들어가므로 고가약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회사는 5~6개 회사밖에 없다.
셋째는 일반의약품의 널뛰기 약값이다. 동일회사 동일약품명인데도 약국에 따라 10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전문의약품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나 영국보다 비싼 신약, 연구개발도 없이 원료를 사다가 만들 뿐인 약값이 신약과 비슷한 고가약이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취할 기본적인 태도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원가자료를 제출하게 하여 기업의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는 대신 거품을 빼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정비 없이 한미FTA가 국회에서 비준된다면, 의약분업에 이은 또 하의 대실패작이 될 것이고, 그 엄청난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재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약가제도의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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