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과 잃어버린 역사

2007.08.31 16:08:08

발해에 관한 역사서로 읽은 책은 고작 유득공의 『발해고』밖에 없었다. ‘대조영’이라는 드라마를 전후로 해서 발해역사를 다룬 책들이 몇 권 나왔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그래서 발해에 대한 필자의 정보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할 것이다. 그동안 너무 우리는 기막힌 사연을 갖고 있는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살려내는 작업에 소홀해왔고 무관심했다.
TV의 ‘대조영’은 이런 우리들을 불러내어 1300여 년 전의 역사와 만나게 하고 있다. 드라마 ‘대조영’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너무 작위적으로 만들어 발해의 건국과정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한국인에게 발해와 ‘대조영’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점을 알고 있더라도 고구려 유민들 세력의 일부인 ‘대조영’ 그룹의 피눈물이 배어 있는 건국과정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사실 고구려가 멸망하고 30여년을 지나서 발해라는 새로운 왕조가 등장했기 때문에 그동안 무슨 사정이 작용했었는지 궁금했었지만 따로 천착할 기회가 없었다. 그 빈 공간을 부족하나마 드라마 ‘대조영’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5대거품빼기 운동을 하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주말 드라마를 전부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비교적 빠짐없이 보고 있다. 무슨 정성으로 그렇게 열심히 보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지만 갑갑한 오늘의 한국사회 현실에서 ‘대조영’을 보는 재미조차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까?
‘대조영’이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인 발해의 건국과정을 다루고 있고 특히 말갈과 글안과 같은 발해의 주요 측을 구성했던 여러 북방씨족과의 갈등과 융합의 전후 사정을 녹여내 보여주고 당과 다른 북방민족 간의 역관계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바가 많다. 몽골리안의 여러 씨족으로 나누어진 북방계 집단이 강대국인 당나라에 맞서 대통합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우리 역사에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대조영’이 혈전을 거듭해 고구려 유민을 결집시켜 건국하는 과정만 보여주는 드라마였다면, 많은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불러 모으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심한 한국사회의 지도층에 실망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닫힌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쓰다듬어주면서 백성의 안위를 우선하는 지도자의 자세와 천심을 받들어 겸손하게 그러나 줄기차게 전진해가는 한 인간의 승리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강한 흡인력을 갖는 것이다.
드마라 ‘주몽’에 이른 ‘대조영’과 곧 시작될 ‘광개토대왕’을 통해서 한국사람들은 뒤늦게 잘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되찾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의 속성상 역사적 사실과 다른 픽션이 가미되고 있어서 역사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이 확산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주몽’에서 소서노의 자식문제에 이어 ‘대조영’의 설인귀에 대한 픽션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고대사학자들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좀더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연구서들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면 신라의 유민이 중심이 돼 건국했다는 금나라의 역사에 관한 책은 과문의 탓인지 몰지만, 필자 역시 한권조차 읽은 바가 없다. 금나라는 고구려를 건국했던 부여족의 일부였으므로 당연히 연구해야 할 대상이었으면서도 전문연구자조차 변변히 없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고도 동북공정을 탓만 하는 한국사람들이 신기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제 모처럼 일기 시작한 잃어버린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소중히 키워나가 실종된 역사와 인물들을 복원해내면서 소설, TV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들과 만나게 해야 한다. 정부당국도 고대사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재정적 지원도 확대해야 현실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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