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끌어안아라

2007.09.13 14:09:09

1995년 역사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 도리스 컨스 굿윈이 10년간의 집중적인 저술 기간을 통해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을 새롭게 조명했다. 여러 당파를 반영하는 신문 기사와 주요 정계 인사들 간에 주고받은 편지, 라이벌들과 그 가족들의 세세한 일기와 회고록, 의미 있는 사학자들의 글을 망라하는 방대한 인용 자료에서 느껴지듯이 링컨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투자한 시간만큼이나 철저하고 집요했다.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사학자로서 활동하며 주로 미국 대통령들의 통치에 대해서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가르쳤고, 여러 방송에서 정치 분석가로 활약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마는 딱딱한 전기가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격이 살아서 각자의 육성을 교차시키며 당대의 링컨을 생생하게 증거 하는, 소설처럼 쉽게 쓰인 대중 역사서다.
분열에서 단합으로, 분쟁에서 화해로
1860년 5월18일 결전의 날 그 아침, 누구도 에이브러햄 링컨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스티븐 더글러스와의 논쟁을 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연설 실력만큼은 인정을 받았지만, 실상 그의 라이벌들에 비해 링컨은 당내의 입지가 약했고 정치 경력은 미천했으며 정치 자금도 없었다. 한 번의 하원의원 시절은 별 볼일 없이 마쳤고 상원의원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한 것이 이력의 전부였던 링컨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쟁쟁한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일까.
링컨이 승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저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링컨의 힘이 보수주의자로부터 극단적 급진주의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용력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링컨은 다른 후보와 달리 적을 만들지 않았고 패배한 뒤에도 과거의 적과 우정을 맺을 만큼 관대했다. 그는 언어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용해 중도주의적인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고, 이로 인하여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은근슬쩍 말을 바꿨던 경쟁자들보다 유리해졌다. 또한 서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민심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링컨은 선거전의 모든 사항에 관여하여 진두지휘하면서 전략가로서도 뛰어난 수완과 자질을 보였다.
링컨의 포용력은 이후의 내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링컨의 용인술은 파격적이었다. 한 자리를 놓고 자신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바로 그 라이벌들을 자신의 핵심 동료로 삼은 것이다. 이것은 모든 파벌과 당파를 통합하고 끌어안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링컨의 포용 정책은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대립했던 남부의 적대 세력에게까지 일관되게 적용됐다.
이 책은 벽지의 무명 변호사였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유망한 세 라이벌들, 즉 윌리엄 H. 슈어드, 새먼 P.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를 어떻게 이겼고, 이후 그들과 어떻게 연합했는지를 통해 진정한 권력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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