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살인사건 (제19회)

2007.10.22 10:10:10

그들은 종업원에게 안내되어 요정 한정원의 안방을 차지하게 됐다. 어디선가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다. 왜 방용철의 호주머니에 이런 한식 요정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있었을까?
“여자를 불러 드릴까요?”
나비 넥타이를 맨 보이가 장짓문을 열고 공손하게 말했다.
“아니 괜찮아. 그보다도 이리 좀 들어와.”
우형빈이 보이를 불러들였다.
“왜 그러십니까?”
“자, 우선 잔 받아.”
우형빈이 잔을 내밀자 보이는 극구 사양했다.
“이 집 주인이 누군가?”
“주인요? 그건 왜 물으십니까?”
갑자기 보이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여자도 부르지 않는 이상한 두 손님을 번갈아 쳐다봤다.
“우린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안심하라구. 이 집 주인이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어. 서향숙이라고...”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보이는 눈이 둥그래졌다.
“다 아는 수가 있지. 서마담의 본명이 혹시 유명한 디자이너 서정숙이 아니야?”
우형빈은 단정적으로 보이를 찔렀다. 지욱도 기실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향숙이 서정숙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씀대로입니다. 디자이너 서정숙씨가 이집 주인이십니다.”
보이는 이렇게 말하고 물러갔다.
“어떤가, 내 직감이?”
“역시 그랬었군.”
그렇다면 이집 역시 지욱의 부친이 마련해 준 것일까? 그렇다면 방용철은 이집 단골 손님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방용철과 서정숙은 어떤 연결이 있었던 것일까?
지욱의 머리에 의상실 <디쉐네>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던 방용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 이 요정 안방에 왜 비서실장 주강호가 앉아 있었던 것일까?
이튿날, 지욱은 출근하자마자 회장실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주강호가 허리를 굽히며 지욱에게 인사했다.
“아버님 계신가요?”
“아직 안 나오셨는데요. 관절염이 도지신다고 황내과로 가셨습니다.”
“황내과?”
“네.”
지욱은 회장실로 들어갔다. 주비서도 따라 들어왔다.
“실장님, 뭐 마실 거라도 가져오게 할까요?”
“그보다도 주비서, 어제 저녁 6시경에 어디 있었어요?”
순간 주강호는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6시경이면... 아, 회장님 심부름으로 코스모스 백화점에 갔었습니다.”
“백화점엔 왜요?”
“외국 바이어 부인에게 선물할 게 있다고 하셔서 여자용 장신구 몇 점 사왔습니다.”
“그래요?”
지욱은 쏘듯이 주강호를 바라봤다. 주강호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주비서, 묵정동에 있는 한정원 잘 알아요?”
“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주강호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만 듣고 주강호가 한정원에 있었다는 것은 지나친 단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욱은 질문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서마담은 알죠?”
“서마담요?”
“내가 모르는 줄 알아요? 아버님이 디자이너 서정숙이란 여자하고 관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주강호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회장님의 비밀에 관한 건이라...”
“이봐 주비서, 어머니 없이 십 년을 살았어요. 아버님도 연세는 많으시지만 왜 여자를 모르시겠어요? 내가 탓하는 건 비서인 당신이 무조건 숨기려고만 들기 때문이에요.”
“죄송합니다.”
“주비서도 아다시피 아내가 실종된 것도 서마담하고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주강호는 손을 비볐다.
“백사장이 살해된 것도, 아내가 실종된 것도 다 연결이 있는 사건이오. 아직 확증은 없지만...”
“사실은 회장님께서도 알아보시고 계십니다:
“알아요. 흥신소를 움직인다는 것도... 그런 건 소용없을 거요.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에요. 뭔가 조직이 있어요.”
조직이란 말에 주강호도 좀 긴장하는 눈치였다.
바로 그 시각 황내과에서는 김상필 회장이 특실에 입원하고 있었다. 또 관절염이 도진 모양이었다. 황박사가 진찰하고 물러가자 김회장은 침대에 누워 태양빛에 이글거리는 창밖을 멍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났다.
“누구시오?”
도어가 열리며 몸에 착 달라붙은 원피스 차림의 서정숙이 들어섰다.
“언제 여기 오셨어요?”
서정숙은 침대 머리맡에 걸터앉았다.
“웬일이야?”
“댁을 놔두고 왜 여기 와서 누워 계세요?”
“그냥 누워 있는 거야. 골치아픈 일이 겹쳐 놔서...”
“다리는 괜찮으세요?”
서정숙은 손을 뻗쳐 김회장의 무릎을 만졌다.
“재발은 아니라는군.”
“다행이군요.”
“일은 잘 돼 가나? 가게는 어때?”
“그저 그렇죠. 그보다도 아드님이 우리 사일 눈치챘나 봐요.”
“알고 있어.”
“그래도 괜찮다는 건가요?”
“괜찮다는 게 아니라, 그 녀석은 지금 자네 같은 일에 신경쓸 여유가 없어.”
“며느님이 실종됐다죠?”
“아니, 그건 어떻게 알아?”
김회장은 놀란듯이 상체를 일으켰다.
“호호, 그걸 몰라서야 서정숙이라고 할 수 있나요?”
“주비서가 발설한 게로군.”
“아니예요.”
“그럼 누구야?”
“우형사예요. 시경 정보과 형사 말예요. 아드님 친구분 되신다구요.”
“그 사람이 왜 자네한테 그런 얘길 해?”
“요즘 매일 가게로 찾아오는 걸요. 제가 수상하다나요. 참 기가 막혀서.”
“그 녀석 미친놈이군.
“그러나 저러나 걱정 아니예요? 자부님은 어디 갔을까요?”
“나도 그것 땜에 요즘 잠이 다 안올 지경이야. 아들녀석 하나 있다는 게 그 모야이니... 결혼한지 이제 겨우 한 달이야. 그 녀석 왜 안 미치겠어.”
“그럼요. 한참 신혼재밀 느낄 시기인데...”
“자넨 너무 걱정 말라고. 그 우형사란 녀석 자네한텐 못가게 못을 박아 놓을 테니...”
그때 노크소리가 났다, 간호사가 들어섰다.
“사모님. 전화예요.”
“알았어. 다녀 올게요.”
서정숙은 간호사를 따라 병실을 나갔다. 서정숙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건 한정원의 지배인이었다.
“사모님 여기 묵정동입니다.”
“아니, 어떻게 알고 여기 전화했지?”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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