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무슨 책을 읽을까?

2007.10.22 11:10:10

공원에 홀연히 앉아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가을은 짧고 책은 두껍다면? 무슨 책을 읽을지 신중해야 할 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좋은책선정위원회의 도움으로 10월에 읽을만한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해 보았다.

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지음 / 창비 펴냄/ 9천8백원)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이 젊은 작가의 9편의 단편소설들의 세계는 매우 불온하다. 교양으로 이루어진 반대편의 세계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게임이나 상상이거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므로 처음엔 당황할 수조차 있다. 그런데 한 겹 들어가서 보면 바로 그 불온함이 우리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우리를 좌절시킨 뉴스를 토대로 해서 씌어진 작품들이 이 책 속에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왜 그리되었는지를 여러 기법을 통해 깊이 있게 파고들어, 비극적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고통과 참담함과 가난으로 얼룩진 세계를 다름 닌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추천자 : 신경숙(작가)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펴냄/ 1만2천5백원)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들과 점술가들은 미래를 예언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사전에 공개적으로 미래를 예측하지만, 점술가들은 대부분 사후에 자신이 이미 맞춘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미래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수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다 근본적 차이는 학문의 차원, 곧 과학의 차원인가 아니면 미신적 기복(祈福)의 차원인가 하는 점에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많은 점술가가 존재하고 있고, 풍수도참설이 현실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예언가와 예언서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김서영 지음 / 은행나무 펴냄/ 9천원)
근대과학은 중세까지 따로 놀던 수학과 자연학이 결합하면서 탄생했다. 최근에는 영화와 정신분석이 만나 서로 상승을 촉진하면서 인문학적 상상력의 범위를 새롭게 개척해가고 있다. 이제 영화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적어도 이론의 영역에서는 영화 없는 정신분석이나 정신분석 없는 영화를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카메라의 시선은 정신분석과 더불어 사변적 시선의 능력을 더해가고, 정신분석은 영화와 더불어 우리의 일상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이 점을 놓친다면 이 시대의 인문학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읽지 못할 것이다.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대국굴기 (왕지아펑 외 7인 외 지음 / 크레듀 펴냄/ 1만5천원)
21세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21세기 패권도전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근대 들어 세계의 패권국이었던 네덜란드, 영국, 미국을 비롯해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와 독일, 일본과 러시아라는 아홉 개의 근대시대의 강대국들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계몽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이 중국의 CCTV가 만든 야심적인 12부작 다큐멘터리 ‘대국굴기’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도 한 방송국을 통해 소개되어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는데 이 시리즈의 핵심내용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요약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는 나를 베팅한다, 그리고 그 후 (김상경 지음 / 국일미디어 펴냄/ 1만2천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 ‘김상경’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담은 책.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에 들어가 제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외환딜러의 길을 걷게 된다. 외환딜러가 전무했던 시절, 여성의 몸으로 전쟁터 같은 외환시장을 헤쳐 나갔던 저자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가정과 일의 갈등을 조화시키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고 재미있다. 외환시장의 메커니즘과 거래전략, 외환시장의 많은 사건과 배경을 저자 특유의 체험을 살려, 쉽고 솔직담백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위험한 생각들 (존 브록만 지음 / 갤리온 펴냄/ 1만7천8백원)
우리 삶의 행로를 좌우할 수 있는 금세기 현인들의 ‘독창적 가설들’이 적절한 해설과 함께 간결하고 알기 쉽게 소개된 책. 도발적 사상을 회피하려는 소극적 자세야말로 시급히 타파해야 할 위험한 행태라는 점을 각인시키고자 한 이 책은 (1)구태를 벗어난 혁신적 사고가 사회발전의 필수 요소라는 점, (2)사상에는 국경이 없으며 그것은 학문세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 (3)위대한 사고는 열정 없이 배태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고뇌의 내재적 가치를 경시한 채 속절없이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나 머리와 가슴이 분리된 반쪽짜리 삶을 영위하는 기능인들 모두에게 인류의 미래를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인간의 미래 (라메즈 남 / 동아시아 펴냄/ 1만4천원)
요즘 생명공학이 주도하는 인간개조를 많이 이야기한다. 알약 하나만 먹어도 더 똑똑해지고, 기억력이 향상되고, 유전자 하나만 바꿔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불치병이 치료되고, 노화의 진행을 늦추고, 나아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 입장들이 있다. 저자는 생명공학은 우리에게 사고력, 감각, 외모, 의사소통 능력 등 어떤 면이든 원하는 대로 빚어 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며 유전자 조작을 극구 말리는 입장들도 많다 것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양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더 많이 알고 더 성찰하고 난 후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권고하는 바이다. 추천자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1,2)
문명대, 안휘준 외 지음 / 돌베개 펴냄/ 각 20,000원
이 책은 한국의 시각적 전통예술을 회화, 공예, 조각, 건축으로 나눈 후 다시 시대와 분야 각도에서 세밀하게 작품을 골라나간 노고가 돋보이며, 기획자와 편집자의 꼼꼼한 배려로 글의 품격과 일관성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대상화 된 예술품들과 잘 만나고 있다. 그간 이와 유사한 서적들이 출판된 적이 있었지만 작품을 일반인에게 이해시키고 실제로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텍스트에 충분히 반영되었고, 도판의 깊이를 더해 그 자체로 작품 감상이 가능하도록 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 (빅토르 위고 지음/ 작가정신 펴냄/ 1만원)
부인이나 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된 위고의 유럽방랑기다. 고난이 많았던 만큼 여행이 갖는 마음상처 치유의 힘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길지 않은 글을 통해 어느 나라 어느 지방에 갔을 때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신랄함을 잃지 않는다. 화가 못지않은 그림솜씨로 그린 현장의 스케치와 수묵화도 놀라운 수준다. 그것은 여행지 건물과 풍경에 대한 통찰이면서 삶에 대한 통찰이기에 흔히 볼 수 있는 기행문과는 격이 다르다.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밴드마녀와 빵공주 (김녹두 글, 이지선 그림 / 한겨레출판 펴냄/ 8천원)
학교에서 밴드마녀라고 불리는 말라깽이 하은수와 빵공주라고 불리는 덩치 큰 방공주의 우정이야기를 그린 동화. 결혼과 재혼, 그리고 혼외출산 등 어른의 문제로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고통을 겪는 아이들의 성장통을 진지하게 그렸다. 사생아로 태어난 은수가 박은수에서 하은수로 자리잡아가는 과정, 방공주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작가는 따뜻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어른과 아이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작품이라고 하겠다.
추천자 : 엄혜숙/이상교(아동도서연구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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