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가슴이 뜨끔해지는 ‘하는 척이라도 하고 산다’는 말

2024.07.17 10:08:55

지난 13일 첫 방송된 MBC의 ‘손석희의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출연해 최근 논란이 불거진 자사 프랜차이즈인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의 ‘매출 보장’ 관련 갈등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방송 진행자인 손석희 전 JTBC 총괄사장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물어볼 수밖에 없다”며 일련의 논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백종원 대표는 해명성 발언으로 일관해 방송 직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점주 측 협회가 백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며 나서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갈등과 논란은 현재 분쟁조정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중이어서 시시비비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러한 갈등과 논란은 논외로 하고 백 대표가 이날 방송에서 발언한 “하는 척하면서 살겠다”라는 말에 나 자신은 물론 사회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들이 오버랩되며 진정으로 우리 모두가 ‘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프로그램 말미에 손석희 진행자가 백종원 대표에게 “백 대표는 자신이 사회공헌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본인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며 충남 예산 전통시장을 시작으로 지역사업을 벌인 이유도 ‘사회공헌’의 일환인데 무엇인가 ‘하는 척’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나는 앞으로도 ‘척’ 이라도 하면서 살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당일 본방을 사수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들’ 방송을 시청했는데 방송종료 후에도 “하는 척이라도 하겠다”는 말이 뇌리에 떠나지 않았고 가슴이 뜨끔해지며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故이태석 신부가 떠올랐다. ‘인간이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 사람의 헌신은 기적을 만들었다’는 48세에 유명을 달리한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은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그리고 건축가로서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이룬 기적들과 그 이면의 숨은 이야기들을 다룬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뮤지컬, 저서 등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질문들’ 방송이 끝나자마자 ‘올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다시 보며 12년 전 한 SNS에 올렸던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2012년 7월 9일 故이태석 신부를 주제로 한 뮤지컬 '울지마 톤즈'를 관람하고 페이스북에 쓴 글인데 어순과 내용을 조금 수정하여 자기 인용을 해보겠다. 

 


2012년 7월 9일 오후 3시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뮤지컬 ‘울지마 톤즈’를 관람했습니다. 이미 다큐 영화를 봤던 터라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도 공연시간 2시간 남짓 대여섯 번 눈물을 훔쳤습니다. 저의 경우 훔친 정도가 아니라 소리만 안 내었지 엉엉 울었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제가 주변 분들과 지난 며칠사이 주고받았던 대화 중에 언급된 많은 단어들, ‘노후대비’ ‘은퇴’ ‘국민연금’ ‘퇴직’ ‘승진’ ‘아파트중도금’ ‘교회헌금’ ‘결혼예단’ ‘재테크’ ‘우리 가족’‘여름휴가’등 개인 일상사와 ‘출세’ ‘권력’ ‘명예’ ‘차기대권후보’‘우리나라 경제’‘부동산정책’ 등 사회현상에 대한 수도 없이 많은 단어들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故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삶 앞에서는 부끄러운 단어들이었습니다. 나는, 우리는 故이태석 신부님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래도 그런 분들의 삶의 반의반이라도 좇아가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아예 불가능한데 노력은 무슨? 아!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凡人)은 그렇다고 쳐도 나라를 구하겠다고 꿈을 이루어주겠다고 나선 18대 대통령 대선후보들, 이미 19대 배지를 단 국회의원 나리들. 그리고 대선 캠프에 줄 대기 하느라 바쁘신 교수님들, 고위 공무원 분들. 모두 모두 ‘울지마 톤즈’ 공연 관람하시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백성들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관람기와 본인들의 결연한 의지를 페북이나 트위터에 올려 보시지요.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경쟁 후보 지지자들 간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이전투구'의 난장판으로 가고 있다.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난 5월 30일 시작된 22대 국회가 16일부로 개원식 ‘지각’ 기록을 갈아 치우며 아직도 개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등 사상 최악의 국회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우리 모두 각자 자기 분야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하는 척이라도 좀 하면 좋겠다. 아예 하는 척하는 노력도 안 하고 자기만의 삶과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희생과 봉사 배려를, 말로만이 아닌 실제로 실천한 故이태석 신부가 새삼 존경스럽다. 이 신부님을 반만이라도 따라가는 척이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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