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현대해상이 6년 만에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함에 따라 대형보험사들의 보험료 올리기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은 25일 개인용 차보험료를 2.8% 인상했다. 업무용과 영업용도 2.7%, 7.8%씩 올렸다.
대형손보사인 현대해상이 개인용 차보험료를 올린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차보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이미 한계치를 넘긴 상황에서 전체 차보험의 90%를 차지하는 개인용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단 긴급출동서비스 관련 보험료는 동결됐기 때문에 개인 고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인상률은 2.3%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외제차 비중이 커짐에 따라 고액 수리비가 많이 나가고 보험사기도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업체 간 가격 경쟁 심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준비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의 차보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선 가격 정상화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손보사들은 최근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손해율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2014년과 지난해 손보사 평균 손해율은 각각 88.4%, 88.0%(추정)에 달했다.
결국 자본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사들부터 보험료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7월 AXA손해보험(4.5%)을 시작으로 9월 메리츠화재(2.9%), 11월 흥국화재(5.9%), 한화손해보험(4.8%), 롯데손해보험(5.2%), 12월 더케이손해보험(3.9%), MG손해보험(8.6%) 등이 잇따라 개인용 차보험료를 올렸다.
차보험 시장의 빅4로 불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은 금융당국과 여론을 의식해 쉽사리 개인용 차보험료에 손을 대지 못했으나 계속되는 경영난 끝에 보험료 인상에 동참했다.
지난해 손해율 88.7%를 기록한 현대해상이 대형사 중 가장 먼저 보험료 인상을 선언했다.
KB손보와 동부화재는 우회적으로 보험료를 올렸다.
KB손보는 지난해 11월 '대물배상 가입금액 확장특약'을 새로 도입했다. 기존엔 대물배상 금액을 1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 중 선택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000만원 대물배상에 의무가입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확장특약에 가입하도록 바꿨다.
업계에서는 KB손보가 이를 통해 약 2% 정도의 보험료 인상 효과를 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부화재도 오는 26일부터 KB손보와 동일한 확장특약을 도입한다.
삼성화재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최근 다른 회사들이 보험료를 올리는 분위기지만 우리는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적자가 계속되는 차보험 구조상 삼성화재도 결국엔 보험료 인상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차보험 1위 업체라고 하더라도 결국 업계 전체가 적자를 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라며 "회사 이미지와 규모가 있는 만큼 당장 보험료를 올리진 않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선 대형사들의 차보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KTB투자증권 이남석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2010년 9월 개인용 3.1%, 업무용 2.7%, 영업용 1.9% 등 평균 2.9%의 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며 "이 효과로 현대해상의 2011년 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대비 5.8%포인트 하락한 73.4%을 기록했고 차보험 영업적자는 전년 대비 1436억원 축소했다"고 전했다.
KB투자증권 유승창 연구원은 "지난해 11월까지 삼성화재를 제외한 주요 손보사의 차보험 손해율은 손익 분기점인 80% 초반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차보험 손해율 및 경쟁 상황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향후 여타 대형 손보사들도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